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독일판 광화문 시위’는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열린 ‘8·15 광화문 집회’를 연상케 하는 대규모 시위였다. 독일 경찰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집회를 금지하려고 했으나 베를린 법원에서 집회 허가가 나 그날 수만 명이 모였다. 문제는 시위 참가자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광장에 몰렸다는 점이었다. 독일 사람들은 지금 한국에서와 같이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시위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하자면, 검찰이 처음 시위 금지령을 내렸을 때 극우 성향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은 검찰의 이러한 지시가 독일이 강조해온 자유정신에 반한다고 생각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승소함에 따라 집회 허가를 받게 됐다.
독일의 시위 이야기를 꺼낸 것은 단지 광화문 집회와 같은 일이 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얘기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이 사태의 단편적인 부분만 소개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이 집회의 성격을 극우파 성향의 시위로 이해했다. 시위자들이 들고 있는 깃발들을 보면 극우세력의 구호와 제국주의 시대 독일 국기가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집회의 성격을 극우 성향의 시위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극우 성향이 있는 시민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참여했을 뿐이다.
독일의 시위는 한국의 광화문 집회처럼 정치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코로나19 감염을 막으려고 방역 당국이 내린 조치들 때문에 벌어진 일에 가깝다. 공공의 목적으로 개인 생활을 통제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그렇다 보니 정치적으로 극좌 성향의 사람이나 중도 성향의 사람들도 이 시위에 참여했다. 이는 내가 직접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과 소셜미디어로 연락해 대화를 나눠본 뒤 내린 결론이다.
이런 결론을 보고 ‘설마 이 외국인 친구가 코로나19 한복판에 벌어진 베를린 사람들의 시위를 옹호하는 건가’라며 우려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당연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무시한 채 이러한 집회를 열어서는 안 된다고 나도 생각한다.
베를린 집회는 다른 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사람들이 21세기 인류의 민주주의 의식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 시위에서 드러났다는 점이다.
시민으로서 우리는 그 어떤 상황이더라도 정부의 정책과 방침에 대해 논의하고 지적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어떤 상황에서든 두려움이 우리의 민주주의 의식을 공격해선 안 된다.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