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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등 對中전선 동참”… 폼페이오 또 압박 메시지

입력 | 2020-09-04 03:00:00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 기정사실화… ‘韓, 다른 진영 선택 여지없어’ 속내
美 정권 바뀌어도 압박 지속될듯… 美-中 사이 ‘균형 외교’ 시험대에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간 연대에 한국의 동참을 요청하는 압박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 국무부가 미국 일본 호주 인도로 구성된 4차 협력체인 ‘쿼드’ 확대를 시사한 데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사진)은 한국을 중국에 맞서고 있는 나라로 규정하고 나섰다. 정부가 미중 갈등 이슈에서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2일(현지 시간) 서배스천 고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호주 일본 한국 등 여러 나라들이 (중국의 불공정 행태 문제에 대응하는) 미국의 움직임에 동참하는 것을 보기 시작하고 있다”며 “(국제사회) 흐름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경한 대중 정책기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 호주를 한데 묶어 ‘중국에 대응하는 나라’로 소개한 것이다.

미국은 최근 ‘대중국 견제 전선’에 한국이 동참할 것이라는 공개 메시지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쿼드’에 다른 나라들을 포함시킬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등이 포함된 7개국 차관급 협의체를 거론했다. 1일에는 폼페이오 장관이 한 인터뷰에서 한국을 호주, 일본은 물론이고 인도와도 한 묶음으로 언급하면서 “(중국을) 각종 분야에서 밀쳐내는 데서 이들 모두 미국과 파트너가 되는 걸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구체화 방안인 ‘쿼드’를 구성하고 있는 나라들과 입장이 같은 나라로 한국을 콕 집어 설명하면서 ‘한국이 다른 진영에 속할 여지는 없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2일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까지 나서 하와이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5주년 기념식에서 “오늘날 자유롭고 개방적인 질서에 대한 새로운 도전에 맞서 광범위한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며 협력 대상 국가로 한국을 언급했다.

미중 사이에서 선택해 중국 견제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11월 미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오랫동안 계속될 것인 만큼 정부가 모호한 입장으로 쉬쉬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한기재 record@donga.com·이세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