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경상수지 74.5억달러 수출입 동반 감소
우리나라의 7월 경상수지가 74억5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내 9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쪼그라들었던 경상수지가 개선된 모습이지만 수출입이 두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간 가운데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 줄어 흑자 규모가 커진 ‘불황형 흑자’ 양상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0년 7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74억5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지난 5월부터 석 달 연속 흑자를 이어간 것으로 지난해 10월(78억3000만달러) 이후 9개월만에 가장 큰 흑자 규모를 나타냈다. 1년 전 같은 달(65억8000만달러)에 비해서는 흑자 폭이 8억7000만달러 확대됐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커질 수 있던 건 수출이 덜 감소한 가운데 수입이 더 큰 폭 줄어들면서 상품수지가 나아진 덕분이다. 경기 부진 속 수출과 수입이 함께 줄어 발생한 불황형 흑자인 셈이다. 상품수출은 432억달러로 전년동월대비 52억2000만달러(-10.8%) 줄어 지난 3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도체 수출 등이 개선됐지만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석유류, 자동차 부품 수출 등이 부진세를 지속한 여파다. 다만 주요 수출국인 미국에 대한 수출이 65억9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7.7% 늘어 증가세로 전환했다. 중국에 대한 수출도 117억3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5% 늘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에 대한 수출은 103억8000만달러로 14.8% 급감했다.
8월에도 불황형 흑자 양상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8월 통관기준 수출(396억6000만달러)이 전년동월대비 9.9% 감소한 가운데 수입(355억4000만달러)은 더 큰 폭인 16.3% 줄어들면서 무역수지가 41억2000만달러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올해 경상수지 전망도 밝지 않다. 1~7월까지 누적된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309억7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430억8000만달러) 121억1000만달러(28.1%) 가량 줄었다. 한은은 연간 상품수지 흑자 규모를 지난해(769억달러)보다 129억달러 축소된 640억달러로 전망했는데, 비슷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전망치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하반기 상품수지 흑자가 400억달러를 낼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번달 수준이라면 아직 전망 범위 내에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수지는 11억1000만달러 적자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적자폭이 4억4000만달러 축소됐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로 나간 출국자수가 대폭 감소하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여행수지는 3억7000만달러 적자로 전년동월대비 7억6000만달러 줄었다. 운송수지도 같은 기간 2억1000만달러 적자에서 2000만달러 적자로 개선됐다. 항공여객운송 감소세는 이어졌지만, 항공화물운임이 올라 화물운송수입이 증가한 영향이다.
본원소득수지는 19억5000만달러 흑자로 전년동월대비 흑자폭이 5억2000만달러 줄었다. 국내 기업의 해외 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수입이 1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달(22억6000만달러)보다 축소된 영향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