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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공수사권 없앤다면서 국정원 예산은 3년새 1.6배로 늘리나

입력 | 2020-09-05 00:00:00


정부가 그제 국회에 제출한 2021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국가정보원 예산이 올해보다 564억 원 늘어난 7460억 원으로 편성돼 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8년 국정원 예산을 전년보다 300억 원 줄였던 것 외에는 3년 연속 해마다 큰 폭으로 예산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2019년 예산은 전년보다 815억 원이 증액됐고,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1450억 원이나 늘어난 데 이어 내년 예산도 564억 원을 늘려 잡았다. 2018년에 4630억 원 규모였던 국정원 예산이 2800억 원이나 늘어나 1.6배가 되는 것이다.

현 정부는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을 중단시킨 데 이어 간첩 잡는 대공수사 기능까지 경찰로 넘기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기능은 축소되는데 예산은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으니 의구심만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정원 예산은 국가기밀로 분류돼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총액만 공개될 뿐이어서 세금을 내는 국민들로서는 그 돈을 어디에 쓰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예산안과 결산 심사를 하긴 하지만, 다른 기관처럼 구체적인 세부항목까지 심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은 공식 예산 말고도 국정원법의 ‘국정원 예산 중 미리 기획하거나 예견할 수 없는 비밀활동비는 총액으로 다른 기관의 예산에 계상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다른 기관 예산에 숨겨놓은 비공식 예산이 존재한다. 기획재정부 예비비로 잡혀 있는 ‘국가안전보장 활동 경비’가 대표적이다. 연간 5000억 원대에 이르는 이 예산 역시 국정원이 상당 부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국정원이 실제로 쓰는 국민 세금은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익을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이라면 증액할 수 있고, 대외 첩보활동에 쓰이는 돈을 일일이 공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깜깜이 예산’ 지적을 받는 국정원 예산에 대한 국회 감시는 강화돼야 한다. 국정원 예산을 모두 드러낼 수는 없더라도 타 기관에 숨겨둔 정보보안예산 편성권을 해당 기관에 돌려주는 등 불법 전용을 막고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