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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 고통만 가중시킨 공공의대 논란

입력 | 2020-09-05 00:00:00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20년 만에 벌어진 의사들의 집단휴진(파업)이 어제 사실상 종료됐다. 정부 여당과 대한의사협회는 갈등의 핵심인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원점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등 다른 현안도 협의체에서 논의하고, 논의 중에는 관련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벌어진 이번 파업은 정부 정책이 소통과 설득, 종합적 관점을 잃은 채 일방통행식으로 추진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역별로 의료 불균형이 크고, 기피 전공의 경우 의사 인력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는 긍정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과제임이 분명한데도 당국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부작용만 낳은 것이다.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특별전형’으로 지방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겠다고 하지만 수도권만 해도 분만 가능 병원이 없는 곳이 많다. 산부인과 의사는 매년 100여 명이 배출되지만 병원들이 돈이 안 되는 분만실을 접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대도시 집중은 주거 환경 교육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의사 부족도 다른 나라와의 단순 수치 비교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의사 수와 의료 접근성을 함께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의료계와의 협의 및 설득을 통해 합리적 방안을 도출해야 할 사안이었는데도 보건복지부는 코로나 사태 와중에 공청회 한번 없이 밀어붙였고, 설상가상으로 공공의대 학생 추천자에 시민단체를 포함시킨다는 발상 등으로 현대판 음서제 논란을 야기했다. 여당에선 공공의대 설립 시 총장은 대통령이, 이사는 복지부 장관이 임명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막대한 예산과 시스템 변화를 수반할 공공의료 확대 정책에 편승해 친정권 성향 의료·교육계 인사들이 이득을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정부 여당이 자초한 것이다.

파업은 멈췄지만 추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의료계도 의대 정원 확대와 의료 불균형 해소 문제 논의를 무작정 거부해선 안 된다. 의료 공공성 확대 논의에 의료계가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