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방(官房)장관은 흔히 ‘총리의 마누라’라 불린다. 총리를 도와 주요 정책의 기획·조정, 정보 수집 등을 총괄한다. 정부 대변인과 총리비서실장도 겸하지만 무대 뒤 스태프 역할이다. 실제 그는 매일 TV에 등장했지만 개성도 존재감도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1일 새 연호 ‘레이와’를 발표하면서 ‘레이와 아저씨’라는 별명이 붙었고 ‘정치인 스가’로 조명받는 기회가 늘었다.
▷일본 정가에서 보기 드문 ‘흙수저’ 출신. 아키타의 농가에서 태어나 고교 졸업 뒤 상경해 고학으로 호세이대 야간 법학부를 졸업했다. 요코하마 시의원 등을 거쳐 48세 때인 1996년에야 초선 배지를 달았다. 지역 기반의 세습 정치인들이 선대로부터 ‘지반(지연) 간반(간판) 가반(가방·자금)’의 ‘3반’을 물려받아 20대부터 정치에 입문하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늦깎이인 셈이다.
▷아베 정권의 독주가 가능했던 데는 관료집단을 장악한 스가의 공이 크다. 그는 2014년 부처 간 칸막이 행정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내각인사국을 설치해 고위관료 인사권을 손에 쥐었다. 이후 관가에서 스가는 ‘저승사자’로 통했다. 관료들은 스가에게 ‘찍히지’ 않기 위해 윗분의 의중을 알아서 챙기는 ‘손타쿠’를 했고, 이는 정권 후반에 터져 나온 각종 스캔들의 화근이 되기도 했다.
▷그는 14일 선출되면 아베의 남은 임기인 2021년 9월까지만 총리직을 맡게 된다. 자민당으로서는 지난 8년여간 아베와 일심동체였던 그가 ‘위기관리 내각’ 적임자일 것이다. 혹자는 파벌도 배경도 없는 그가 전국시대에 군주를 보호하기 위해 내세워진 가게무샤(影武者·그림자 무사)로 끝날 수 있다고 본다. 아베 상왕(上王)설, ‘아베스(아베+스가) 정권’ 등이 다 같은 맥락이다. 과연 그는 ‘스가 시대’를 열 수 있을까.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