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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의 TNT타임]‘잘 꽂아야 멀리 친다’ 티 높이 잘 선택해야 최적의 샷 구사

입력 | 2020-09-05 12:58:00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의 호쾌한 드라이버 티샷. 올림피아필즈=AP 뉴시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골프장을 향하는 발걸음이 늘어나는 시기다. 코로나19 확진이 필드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탁 트인 야외에서 밀접접촉을 피하면서 운동할 수 있어 국내 골프장은 오히려 성수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음료수병 위에 놓인 공을 드라이버로 쳐내고 있는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 존슨 인스타그램

모처럼 나선 골프 라운드에서 호쾌한 장타를 꿈꾸는 마음은 남녀노소가 똑같을 게다. 평소 꾸준한 스윙 연습이나 근력 훈련이 어려운 주말골퍼라면 티만 잘 꽂아도 비거리를 늘릴 수 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드라이버 스윙에서 헤드스피드와 로프트가 동일한 조건이라면 티의 높이가 2인치(약 5cm)일 때 ‘어택 앵글’이 가장 커져 비거리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이른바 장타에 이상적이라는 상향타격이 이뤄지는 것이다.

티 높이에 따라 구질과 비거리가 달라질 수 있다. 동아일보 DB


비거리를 늘리려면 상향 타격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티를 높게 꽂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동아일보 DB



어택앵글은 임팩트 직전에 헤드와 티 위에 놓은 공이 이루는 각도를 말한다. 클럽헤드가 지면과 수명을 이루는 최저점인 0도를 기준으로 대부분의 스윙은 -3도에서 10도 사이에 분포한다. 예를 들어 어택앵글이 마이너스라고 하면 다운블로로 공을 가격하게 돼 오히려 비거리 손실은 본다. 티 높이가 낮으면 클럽헤드가 최저점에 도달하기 이전에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스윙의 최저점을 지난 뒤 임팩트가 일어나야 공이 적당히 뜨고 톱스핀을 먹게 돼 캐리와 런을 모두 늘릴 수 있다. 다운블로는 백스핀을 증대시켜 거리 손실을 가져온다. 미국 트랙맨의 실험에서도 드라이버 샷은 클럽헤드가 스윙 최저점을 지나 올라가는 단계에서 5도의 상향 각도로 공을 때려야 최대 비거리가 나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박상현의 드라이버 어드레스 모습. 동아일보 DB



흔히 티샷할 때 드라이버 크라운(맨 윗부분 뚜껑)이 티업한 공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중심선에 일치하는 것이 이상적인 높이로 여긴다. 최근에는 비거리 증대를 위해 크라운을 공의 밑 부분에 맞추는 추세가 늘고 있다. 한국 프로골프의 간판스타 박상현은 장타를 내려면 “어드레스 때 공 위치를 평소보다 앞쪽에 놓고, 공 반개 정도 높게 놓은 뒤 힘껏 스윙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타이거 우즈의 연속 스윙 모습. 동아일보 DB



타이거 우즈 등을 가르친 션 폴리 코치는 “날씨나 페어웨이 상태, 코스 등에 따라 티 높이를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은 “뒷바람이 불 때는 티를 조금 높게 꽂고 맞바람일 때 그 반대로 한다. 하지만 주말 골퍼의 경우 맞바람에 티를 낮게 꽂는 걸 무척 주의해야 한다. 스윙이 가파르게 돼 과다하게 스핀이 걸리거나 공이 뜨게 돼 거리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맞바람이 불 때는 티를 낮게 꽂아야 저탄도로도 비거리 손실을 줄이며 방향성을 높인다. 뒷바람이 부는 상황에서는 티를 높게 꽂으면 비거리를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초보자일수록 티가 너무 높으면 정확한 임팩트가 쉽지 않고 고탄도에 훅성 구질이 나올 확률이 높다. 티가 낮으면 탄도가 낮아지고 페이드나 슬라이스 구질이 나올 수 있다. 골프용품 전문가인 재미교포 램퍼트 심 칼스배드 골프 부사장은 ”볼 스트라이킹 능력이 뛰어난 미국PGA투어 프로들은 보통 2와 3분의4 인치 티를 많이 쓴다. 반면 한국의 일반 골퍼에게는 3인치 이상의 티가 많이 팔린다. 티가 낮으면 심리적으로 불안한 느낌을 갖게 되고 뒤땅 우려도 있어서다“고 말했다.

티의 기울기도 구질에 영향을 준다. 타깃 방향으로 약간 기울여 놓으면 자연스럽게 페이드성 구질을 구사할 수 있다. 반대로 티를 티잉구역 뒤쪽으로 기울여 놓는다면 저탄도에 드로우 구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골프 규칙에 따르면 티의 높이는 4인치(10.16cm)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다.

19세기 초 나무 티가 발명되기 전에 골퍼는 모래로 티를 만들었다. 손이나 원뿔모양이 틀을 사용해 작은 마운드를 만든 뒤 그 위에 공을 올려놓고 티샷을 한 것. 미국골프협회에 따르면 1899년 보스턴의 치과의사 조지 그랜트 박사가 처음으로 목재 골프티를 발명했다. 하버드대 치과스쿨을 졸업한 사상 두 번째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그랜트 박사는 취미 삼아 골프를 즐기다 흙으로 티를 만드는 불편함 탓에 나무 티를 제작한 뒤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티잉 구역 흙을 활용해 티샷을 하는 로라 데이비스. 홈페이지 캡쳐



장타로 유명한 영국의 여자프로골퍼 로라 데이비스는 요즘도 티를 꽂지 않고 흙이나 모래 한 줌 위에 공을 올려놓고 샷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티는 보통 나무로 만들어진다. 나무는 제작비가 적게 들고 환경오염 소지도 적다. 플라스틱 티는 나무에 비해 잘 부러지지 않아 내구성이 강하지만 좀처럼 썩지 않아 환경파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

첨단기능이 도입된 티도 쏟아지고 있다. 슬라이스를 방지시켜준다거나 비거리를 최대한 늘려준다는 특수 재질의 마법의 티도 등장했다. 야간 라운드가 늘어나면서 밤에 쉽게 찾을 수 있는 야광티도 있다. 어떤 골퍼는 공만큼이나 티를 소중히 여기기도 한다. 이런 골퍼를 만난 캐디는 티를 잘 찾아야 하기에 티가 떨어지는 위치까지 신경 쓰기도 한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