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월31일 서울 여의도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화상으로 학부모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News1
“다른 워킹맘들은 어떻게 버티는지 모르겠어요. 가족 찬스 쓰는 것도 이제 민망할 지경이에요. 한계에 부딪힌 느낌입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유치원생 학부모 강모씨(40·여)는 6일 뉴스1에 자녀의 돌봄 문제로 잠을 이루기 어렵다고 했다.
직장 생활을 하는 강씨의 유치원생 자녀는 긴급돌봄을 이용하고 있지만 초등학생 자녀는 돌봄 신청자가 많아 친정과 시댁, 친구의 도움으로 원격수업·숙제·식사 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 등교 중단 조치는 애초 11일까지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감염병 추이가 꺾이지 않으면서 오는 20일까지 연장됐다. 지난달 26일부터 한 달 가까이 원격수업만 받게된 셈이다.
강씨는 “학교도 조심해야 한다는 걸 잘 안다”면서도 “방역을 신경 쓰면서 고3이 매일 등교하는 것처럼 초등학생 저학년 만큼은 자주 학교에 갈 길이 열리면 좋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지난 4일 ‘코로나19 관련 교육정책’을 발표하면서 수도권은 고등학교만 전체 인원의 3분의 1 이내에서 등교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가 오는 16일 시행되고 18일까지 수능 원서접수가 진행되는 상황을 고려해 예외로 뒀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돌봄 문제와 기초학력 저하 문제가 겹친 초등학교 저학년의 등교수업 재개 방안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시도교육청마다 초등학교 1~2학년의 등교수업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안다”며 “고3은 수시 준비가 거의 마무리됐고 대부분 자습이 이뤄지고 있어 매일 등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도 “초등학교 저학년은 부모의 경제활동과 맞물려서 문제가 심각하다”며 “돌봄교실이 포화 상태라 다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등교수업이 재개되면 초등학교 저학년 등교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에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대책을 주문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맞벌이·한부모·코로나19 의료진 가정 등 자녀를 우선 돌봄 대상으로 선정해 선별적으로 수용하는 형편이다.
지역별 돌봄 지원센터 설치와 학교급식 제공 등 대책이 나왔지만 현장에서는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비공식 브리핑에서 “우선순위에 해당되지 않는 학생들은 대기자 명부를 작성하고 돌봄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신청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고 여력이 되는 한도까지만 허용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3학년 학부모이자 맞벌이 부부인 손모씨(43)는 “아침 8시에 돌봄교실 보내고 저녁 5시쯤 픽업하러 간다”며 “마스크 쓰고 있을 아이가 안쓰럽지만 이 시기에 집에만 있으면 놓치는 게 많을 것 같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씨는 “엄중한 시기에 어떻게 학교에 보내느냐는 학부모도 있지만 학교가 아니면 배울 수 없는 게 있다고 믿는다”며 “교육당국과 방역당국이 머리를 맞대서 등교수업이 재개되면 어린 학생들이 자주 학교에 갈 방법을 찾아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