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범죄자와 성범죄 의혹이 제기된 사람 등의 개인정보를 공개해 온 개인 사이트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된 명문대생 B 씨(20)가 3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디지털교도소는 “B 씨가 지인의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해 유통하는 이른바 ‘지인 능욕’을 누군가에게 요청했다”며 7월 그의 사진, 학교, 전공, 전화번호까지 상세한 정보를 사이트에 올렸다. B 씨는 대학 커뮤니티에 “모두 사실이 아니며 해킹당한 것 같다. 억울하다”고 해명했지만 악플, 협박에 시달려 왔다.
▷올해 6월 개설된 이 사이트 운영자는 ‘대한민국 악성 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라고 소개문을 올려놨다. 무기징역을 받아도 20년이면 모범수로 석방된다며 신상공개 기간은 30년으로 정했다. n번방 사건의 조주빈 등 150여 명이 ‘수감’돼 있고 하루 평균 2만 명이 방문한다.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의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그의 미국 송환 불허 판결을 내린 판사의 신상정보까지 공개해 놨다. B 씨를 비롯해 20% 정도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었는데도 제보 등을 자체 확인해 의혹을 제기한 경우다.
▷이 사이트를 두고 지나치게 너그러운 한국의 성범죄 처벌 수준에 대한 불만이 투영된 것이라며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범죄 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개인에게 사적 제재를 가하는 건 법치 사회에서 결코 용인될 수 없는 행위다. 죽음까지 부른 사이버 자경단에 의한 피해가 더 이상 커지지 않게 수사기관이 적극 나서야 한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