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는 정책
정부 힘 발휘에 신중치 않으면 국민 피해

하임숙 산업1부장
요새 인기 있는 기술주도 아닌데 이 회사 주가가 경영진이 예측도 못 한 새 급등한 건 정부 정책 덕분이다. 요새 한참 말이 많은 ‘그린 뉴딜’의 수혜주로 급부상한 것이다.
한국형 뉴딜 사업 중 말 많고 탈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뉴딜 펀드와 별개로, 정부가 그린 뉴딜 중 하나로 신재생에너지를 키우겠다며 꼽은 내용에 풍력발전이 들어 있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한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풍력발전소를 지을 시공 능력이 있고, 기술력이 검증된 기자재를 납품할 수 있는 회사다. 특히 해상풍력발전 실적을 유일하게 갖고 있다.
물론 구상이 현실화되는 데는 난관이 많을 것이다. 어디에 지을지 장소를 물색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지역민의 반대도 클 것이다. 하지만 지구에 그린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은 정권을 뛰어넘는 명제라 서서히, 프로젝트별로 조금씩 진행은 될 것이다. 게다가 경영난이 가중되던 두산중공업이 골프장, 건물, 계열사 등을 팔아 채권단 빚을 갚(으려 하)고, 유상증자로 부채 비율을 줄이는 등 경영 정상화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이 모든 내용이 급등한 주가에 집약돼 있다.
정부의 정책이 두산중공업을 살렸다는 점은 2017년부터 급작스레 진행된 탈원전 정책으로 두산의 경영난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아이러니다. 물론 그 전이라고 두산중공업이 빼어나게 좋은 회사는 아니었다. 두산그룹의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했기 때문에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같은 회사들의 실적이 나빠지면 일정 부분 이를 떠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변화하는 글로벌 에너지 정책에 대한 대응이 그리 빠르지 않았던 면모도 있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변화의 바람을 감지하고 풍력, 가스터빈 등의 사업을 서서히 장착하던 중이었다.
경영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예측 가능성이다. 정부 정책과 관련 있는 에너지 기업들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향후 20년을 예상하며 5년마다 수립하는 최상위 국가에너지전략이 하루아침에 흔들릴 것이라고 누가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 탈원전이라는 방향성이 옳다 하더라도 정책의 하단에서 목숨 걸고 애쓰고 있는 산업계가 대비할 시간을 줬어야 했다.
정부의 정책은 멀쩡한 기업을 쓰러뜨리기도, 죽어가던 기업을 살리기도 한다. 이번 뉴딜 정책으로 보여준 거지만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5년간 170조 원을 기업에 투자하게 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처럼 힘이 세다. 그러니 휘두를 땐 그만큼 신중하고 정치해야 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는다.
하임숙 산업1부장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