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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금 달라’ 우편물 3번 반송…대법 “고의로 거절한것”

입력 | 2020-09-07 06:07:00

재결신청서 보냈으나 수취거절로 반송
1·2심 "우편내용 몰라 의사도달 안됐다"
대법 "내용증명으로 발송돼 알 수 있어"




토지 보상금액 확정을 해달라는 내용증명을 수 차례 보냈는데도 받지 않은 개발조합에 대해 대법원이 “사실상 의사표시가 도달한 것이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A씨가 B주택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손실보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B조합은 경기 안양시 일대에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했다. A씨는 해당 사업 구역 내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어 B조합의 조합원이었지만, 기간 내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신청 대상자가 됐다.

A씨는 부동산 소유권을 넘기는 대신 보상금을 받는 재결신청서를 B조합에 세 차례에 걸쳐 보냈으나 수취 거절로 반송됐다. 이에 A씨는 지연손해금을 비롯한 손실보상금 약 8억4000만원을 달라고 B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토지 수용자는 현금청산 기간 내에 협의가 성립되지 않은 경우 사업 시행자에게 수용재결신청을 할 수 있다”라며 “사업 시행자는 수용재결신청의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수용재결을 신청하지 않으면 지연된 기간에 대해 가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사건 우편물의 겉면에 A씨의 이름 또는 C법무법인이 A씨의 대리인이라는 점을 표시하지 않은 채 발송함에 따라 재결신청청구에 관한 것임을 알지 못한 B조합이 수취거절하고 반송했다”면서 “결국 우편물이 배달될 무렵에 재결신청청구를 하는 A씨의 의사표시가 B조합에 도달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3억2000여만원의 책임만 인정했다.

2심도 1심의 판단을 유지하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B조합이 수취를 거절했더라도 A씨의 의사표시가 도달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조합은 현금청산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었으나 실제로 기한까지 현금청산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며 “A씨를 비롯한 탈퇴조합원들이 보상금액을 확정하기 위해 B조합에 재결신청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우편물은 발송인이 법무법인이었고 일반 우편물이 아니라 내용증명 방식의 우편물이었다”라며 “사회통념상 중요한 권리행사를 위한 것이었음을 추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C법무법인이 10일 간격으로 3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우편물을 발송했음에도 B조합이 매번 수취를 거부했다”면서 “사업 시행에 관한 이해관계인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의식을 갖고 수취를 거부한 것”이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