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단 '잃어버린 얼굴 1895' 시도 뮤지컬 '모차르트!'도 민간서 첫 진행 영상 스트리밍 가격 2만~3만9000원 업계 "티켓보다 저렴 수익 가능성" 전망
종잡을 수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해 공연계의 화두는 다시 온라인 공연이 됐다.
다만 상반기에는 온라인 무료 공연을 통해 관객과의 관계를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하반기에는 생존을 위한 모색에 나선다. 바로 온라인 유료 공연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인 서울예술단이 선봉에 선다. 오는 28일 대표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를 ‘네이버TV 후원 라이브’ 채널을 통해 공연 영상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오픈한다.
지난 5월 무관중 온라인 갈라콘서트와 6월 ‘잃어버린 얼굴 1895’ 2015년 영상 온라인 상영은 원하는 관객만 자발적으로 스스로 책정한 금액을 지불할 수 있는 ‘감동후불제’를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총 320만 원을 모금했고 여기에 자발적 후원금을 더해 총 800만 원을 민간예술단체 공연 영상 제작지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서울예술단은 “국공립예술단체로서 공연계에 대두되고 있는 유료 영상 송출을 시범적으로 시도함으로써 영상화 관련 창작자의 권리 보호와 동시에 공연을 관람하는 새로운 방식으로서의 공연영상화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해보려 한다”라고 밝혔다. “지난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공연 영상에 대한 관객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 시대에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비대면 관람을 연구하고 시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민간에서는 뮤지컬 ‘모차르트!’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먼저 나섰다.
최근 네이버 브이라이브(V LIVE)를 통해 추석 연휴인 10월 3일 오후 7시와 4일 오후 2시 각각 실시간 스트리밍 되는 ‘모차르트!’ 관람권 판매를 예스24와 인터파크에서 시작했다. ‘모차르트!’ 10주년 기념공연의 실황영상 스트리밍과 48시간 VOD관람권, MD 상품 등을 포함한 결합 상품이다.
EMK의 김지원 부대표는 “높은 라이선스 비용, 촬영비용과 더불어 그 동안 무료 상영이 주를 이루었던 만큼 수요를 예측할 수 없는 유료 온라인 공연은 미지의 영역에 대한 도전에 가까웠다”면서 “당장 영상화를 통한 수익보다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엿보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유료 온라인 공연의 가격 책정이다.
우선 참고할 만한 사례는 최근 ‘방탄소년단’, ‘슈퍼엠’ 같은 인기 K팝 아이돌 그룹들이 온라인 유료 콘서트다. 지난 6월 75만6600여명의 시청자를 모은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공연 ‘방방콘 더 라이브’의 이용권은 회원들에게 2만9000원, 비회원에게 3만9000원에 판매했다. 실제 오프라인 콘서트 티켓값보다 4분의1가량 저렴한 숫자다.
슈퍼엠,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 SM의 아이돌 그룹들이 대거 공연한 네이버의 ‘비욘드 라이브’는 한 회 관람료는 3만3000원이다.
‘모차르트’의 경우 영상 시청권과 MD를 결합해 3만9000원에 팔고 있다. 지난 6~8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 이 뮤지컬의 VIP석은 15만원이었으니 비교적 합리화다.
이와 함께 공연 영상 유료화의 핵심은 현장감을 얼마나 살릴 수 있는가다. ‘잃어버린 얼굴 1895’은 이번 유료 영상을 위해 지미집을 비롯한 4K카메라 9대로 고화질 촬영을 진행했다. 풀숏, 바스트숏, 클로즈업숏, 익스트림 클로즈업숏 등의 다채로운 앵글과 5.1채널의 사운드 믹싱 등 완성도가 높다.
‘모차르트!’ 실황 영상 역시 지미집 2대와 무인 달리 1대를 포함해 총 9대의 풀HD 카메라를 동원해 촬영을 진행했다.
그럼 공연 장르 중 가장 상업적인 뮤지컬 영상을 시청할 만한 관객수는 얼마나 될까. 지난 8월 17일 네이버 TV로 녹화 중계된 뮤지컬 ‘마리 퀴리’는 누적 조회 수 58만 뷰를 찍었다. 마니아를 보유한 뮤지컬 ‘팬레터’와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무려 90만건의 재생수를 기록했다.
예매하면 바로 표가 매진되는 것으로 유명한 뮤지컬계의 스타들인 조승우, 홍광호, 김준수, 박효신의 공연도 온라인 중계 등을 하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마니아가 분명한 클래식 공연도 수익을 낼 수 있다. 최근 유튜브로 무료 중계된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의 듀오 공연 동시 시청자수는 5000명 가까이 됐다.
지난 3월 독일 베를린 텔덱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의 듀오 콘서트 영상은 약 1만500원을 내야했음에도 900명 이상 연주를 지켜봤다.
공연 영상 제공 형태와 플랫폼도 다양해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뮤지컬 ‘킹키부츠’를 증강현실(AR) 콘텐츠로 서비스하고 있고, KT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Seezn)은 뮤지컬 라이브쇼 ‘뮤:시즌’을 진행 중인데, 7일 뮤지컬 ‘마리퀴리’ 편으로 다시 안방 1열의 관객들을 찾아온다.
뮤지컬 VOD 전문 배급사 C뮤지컬 아시아는 라이브 뮤지컬 VOD 플랫폼을 개발, 브로드웨이 뮤지컬 등을 한국어 자막으로 유료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TV에 ‘라이브 감상’ 후원 리워드 기능을 적용해, 뮤지컬, 연극, 오페라 등 공연 콘텐츠에 대한 후원 확대에 나섰다.
‘라이브 감상’ 후원 리워드 기능은 콘텐츠 창작자들이 설정한 최소 단위의 금액 이상을 후원한 사용자들에게 해당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오는 25일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마농’을 시작으로, 서울예술단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985’(28~29일), ‘팬텀싱어3’로 스타덤에 오른 테너 존 노 팬미팅(10월7일), 서울예술단 뮤지컬 ‘신과함께- 저승편’(10월 8~9일), LG아트센터 해외작품 등(11월) 올해 연말까지 10여편의 콘텐츠에 적용할 예정이다.
그동안 네이버는 네이버TV를 통해 뮤지컬, 연극, 무용, 오페라, 클래식 등 다양한 공연의 온라인 중계를 지원해왔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대비 6배 증가한 300회의 온라인 라이브를 지원했다.
온라인으로 공연을 감상하는 사용자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뮤지컬의 경우 지난해 네이버TV에서는 누적 65만여의 재생수가 발생한데 비해, 올해는 전년 동기대비 누적 재생수가 750만여건으로, 11배 이상(2019년 1월~8월과 2020년 1월~8월 비교) 증가했다.
네이버 공연예술 함성민 리더는 “이번 기회로 그동안 사용자와 직접 대면하여 만나기 어려웠던 공연이 온라인에서 사용자를 만나고, 이를 통해 뮤지컬, 오페라뿐 아니라 국악, 무용 등 국내 문화예술 콘텐츠 전반의 온라인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영상화 작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연 관계자는 “온라인 공연의 유통과 배급 등의 환경 구축, 초상권과 저작권 등 관련 법규 개정과 신설 등 선결과제가 만만치 않다”면서 “정부가 최근 K팝의 온라인 공연을 적극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차세대 한류로 지목되는 뮤지컬 등 공연에 대한 지원도 우리나라 미래의 문화산업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