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코로나19 역학 조사의 편의를 위해 식당 카페 학원 등을 이용할 때 QR코드 인증을 하거나 이름과 휴대전화번호를 직접 적어 넣는 명부 작성이 의무가 됐다. 그런데 동아일보가 최근 서울 카페 빵집 식당 등의 수기 명부 관리 실태를 취재한 결과 대부분의 업소가 이용자들의 정보를 아무나 볼 수 있도록 방치해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명부의 보관 실태도 허술해 분실될 우려까지 있었다.
정부의 관리 규정에 따르면 출입자 수기 명부는 타인의 개인정보를 볼 수 없도록 해야 하고, 기존 명부는 잠금장치가 있는 장소에 보관한 후 4주가 지나면 파쇄하거나 소각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지만 관리 및 처벌 규정 모두 유명무실한 상태다. 개인정보 유출로 범죄나 상업 목적에 악용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를 우려해 명부를 허위로 작성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방역에 오히려 지장을 주게 된다. 실내에서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가 의무화된 상황에서, 특히 음식을 포장해 가는 이용자에게까지 명부 작성을 요구하는 것이 과잉 규제는 아닌지도 점검해야 한다.
정부는 방역 효율을 명분으로 통신사와 카드회사 정보, 폐쇄회로(CC)TV 화면 등 많은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 이용하고 있다. 중앙집권적인 정보 관리는 방역 속도전엔 일등공신이나 개인에겐 섬뜩한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 이미 ‘확진자가 되는 것보다 사생활 노출이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개인정보 유출의 부작용이 심각하다. 확진자들은 나이 성별 동선 정보가 결합돼 온갖 구설에 시달리고 있다. 확진자가 다녀간 곳의 동선 정보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삭제되지만 인터넷 이곳저곳에 퍼져나가며 많은 업소들이 두고두고 ‘낙인 효과’로 피해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