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오버(comb over·빗어서 덮는다)로도 불리는 이 헤어스타일은 탈모로 고통받는 이들의 선택 중 하나인데, 숱이 없는 부분을 다른 머리카락으로 교묘하게 가리는 것을 뜻한다.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도 이런 스타일로 유명하다. 1980년대 인기 코미디언 고 이주일 씨의 머리를 가수 조용필이 만져서 큰 웃음을 준 일이 있는데, 이 씨는 당시 긴 측면 머리의 콤오버 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트럼프의 옆 머리카락도 등까지 내려올 정도라고 한다.
▷헤어스타일에 집착하다 곤욕을 치른 정치인은 무수히 많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머리 손질을 받기 위해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한 시간가량 대기시켰다가 ‘헤어포스원’이냐는 조롱에 시달렸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은 짧고 평범한 머리 손질을 위해 억대 연봉의 이발사를 뒀다가 ‘이발사 게이트’로 시달렸다.
▷당시 트럼프가 묘지 참배를 꺼린 이유가 비 때문에 헤어스타일이 망가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증언은 말문을 잃게 만든다. 미국은 참전용사에 대한 존경과 예우가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제복을 입은 군인들에게 좋은 자리를 양보해주고, 주요 스포츠 행사나 놀이시설의 이벤트 시작 전에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 감사 표시를 하는 게 일상이다. 그런 나라에서 벌어진 현직 대통령의 전사자 비하 발언 논란은 대선 향배까지 흔들 잠재력을 가진 이슈다. 애국과 헌신을 경시해온 인생관의 발로인지, 머리 모양에 대한 지나친 집착의 결과인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가 처한 곤경은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김영식 논설위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