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을 끝으로 사라진 일본항공(JAL) 화물기의 운항 당시 모습. 일본항공 제공
서형석 산업1부 기자
2010년은 일본 최대 항공사였던 일본항공(JAL)이 파산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해다. 2009년 집권한 민주당은 은행들이 JAL의 채무 5200억 엔(약 5조8000억 원)을 탕감하게 하면서 공적자금 3500억 엔을 지원했다. 일본 정부는 대신 JAL의 사업 구조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댔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잘려나간 JAL의 화물 전용기 사업이 대표적이다. JAL은 이때 화물기 10대를 모두 정리하고 여객사업에 집중했다. 화물은 여객기 화물칸을 이용한 수송에만 그쳤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 JAL은 2012년 여객 호황이 겹치면서 회생에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JAL은 10년 전 구조조정의 대가를 지금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 화물운송 수요가 늘었지만 JAL은 수송량이 30% 줄었다. 여객에 집중하는 구조인데 여객편 운항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항공 화물 운임이 배로 치솟아 2분기(4∼6월) 화물 매출이 1년 전보다 16.9% 늘어난 265억 엔이었으나 같은 기간 2359억 엔 줄어든 여객 매출을 벌충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앞두고 10년 전 JAL의 재건 과정이 회자되고 있다. 대한항공마저 기내식 사업을 매각할 정도로 업황이 좋지 않자 아시아나항공에는 더 혹독한 ‘칼질’이 있을 것이란 소문이, 흉흉하지만 매우 근거 있게 들린다. 하지만 비용을 줄이고 군살을 빼는 과정에서 ‘수송의 가치’는 훼손되지 말아야 한다. ‘항공은 여객, 해운은 물류’라는 등식은 깨진 지 이미 오래다. 반도체, 스마트폰, 정밀장비 등 한국의 고부가 주력 수출품은 모두 비행기로 실어 나른다. JAL의 재건 과정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서형석 산업1부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