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약간의 무력감이 들던 차에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글을 봤다. 글쓴이는 월세로 살고 있지만 주말마다 자기 집이 생긴다고 했다. 심지어 그 집은 수려한 풍경을 골라가며 선택할 수 있고,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마당까지 있다고 했다. 무슨 말인가 살펴보니, 글쓴이는 취미로 캠핑을 하고 있었다. 글쓴이가 인터넷 카페에 게시한 이전 글을 읽어봤다. 행복한 아이들의 웃음, 자연과 어우러진 행복한 모습이 가득했다.
구미가 당겨 포털사이트를 검색해 보니, 캠핑을 주제로 한 인터넷 카페가 많았다. 하루에 올라오는 새로운 관련 글이 수백 개일 정도였다. 올해 들어 캠핑을 취미로 하는 ‘캠핑족’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점, 도넛 가게에서는 캠핑 의자나 수납 기능이 있는 테이블을 판촉 사은품으로 주고, 4∼5월에는 타프(햇빛이나 비를 막기 위해 텐트 위에 둘러치는 천막의 일종)가 동이 나서 중고품이 웃돈에 거래되기도 했다.
부동산은 인간의 주거에 필요한 필수재이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국토 면적이 좁고 인구 대부분이 도심에 몰려 생활하는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후자의 의미로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실제로 우리는 햇빛이 잘 든다거나 포근한 느낌이 든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설명하면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무슨 동, 평당 얼마, 어디 지하철의 역세권이라는 방식으로 설명하면 어떤 집인지 대번에 이해되지 않는가.
나는 아마 캠핑이 아니었다면 집이 가지는 본연의 의미에 관해 생각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집은 일에서 벗어나 인생의 알짜배기 시간을 보내는 곳이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과 추억을 쌓는 장소다. 유독 부동산에 관한 뉴스가 많은 한 해지만 그렇게 재산으로 언급되는 집 말고, 집의 진짜 의미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