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항명 등으로 마찰을 빚어온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후임으로 로버트 윌키 보훈장관을 검토하고 있다고 NBC방송이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신에도 불구하고 연말 대선까지는 자리를 유지하는 쪽으로 정리됐던 에스퍼 장관의 경질설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움직임이다.
NBC방송이 복수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전한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당국자들은 에스퍼 장관 경질시 후임으로 윌키 장관을 염두에 두고 그와 고위급 협의를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백악관에서 윌키 장관을 만나 이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윌키 장관은 여름에 이미 에스퍼 장관의 후임으로 백악관이 비공식 인터뷰를 했던 인물이다.
2018년 7월부터 보훈부 장관으로 재임 중인 윌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인 제임스 매티스 재임 당시 인사차관을 지냈다. 올해 3월에는 백악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멤버로 참여했다. TF 활동을 하면서 백악관 인사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였다고 한다.
에스퍼 장관은 6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시위 당시 연방군을 동원해서라도 진압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7월엔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온 남부 연합기의 미군시설 내 게양을 금지해 이를 옹호한 트럼프 대통령과 또다시 충돌했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탄핵 조사에서 그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의 인사 승진안을 승인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언론 브리핑에서 에스퍼 장관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그를 예스퍼(Yesper)라고 부른다”고 조롱했다. 에스퍼 장관이 임명 초기 트럼프 대통령에게 굽신거려 ‘예스맨’이라고 불렸던 것을 비꼰 것. ‘에스퍼 장관을 여전히 신뢰하느냐’는 질문에는 “그와 잘 지낸다”면서도 “나는 모든 이들에 대한 해임을 검토한다. 어느 시점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답변했다.
잇단 경질설에 시달리는 에스퍼 장관의 입지 약화는 한미 안보 협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이번 가을에 예정된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 국방장관 대면 회담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말 미국이 괌에서 추진하려던 한미일 3국 국방장관 회담 참석을 거부한 뒤 미일 국방당국이 양자 회담을 통해 밀착하는 모습이 연출되자 SCM 준비에 더 공을 들이는 상황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