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일러스트 작가 크리스토프 니만과 협업해 디자인한 ‘흰디’ 캐릭터로 매장을 아기자기하게 꾸민 현대백화점 판교점. ‘Show your heart’(당신의 마음을 보여주세요)라는 슬로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주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길 응원하는 캠페인이다. 현대백화점 제공
백화점의 얼굴은 건물 외벽이다. 외벽에 어떤 이미지를 걸어 놓느냐에 따라 백화점의 첫인상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백화점 외벽을 고가의 명품 브랜드나 패션모델들로 꾸몄지만, 최근에는 귀엽고 재미있는 표정의 캐릭터들이 차지하고 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캐릭터를 앞세워 고객과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전국 15개 현대백화점 외벽을 차지하고 있는 익살스러운 표정의 강아지 캐릭터 ‘흰디(Heendy)’가 대표적이다.
●세계적인 일러스트 작가와 콜라보로 탄생한 ‘흰디’
현대백화점의 영문 이니셜 초성인 ‘H’와 ‘D’를 활용해 이름을 지은 흰디는 영국이 원산지인 웨스트 하이랜드 화이트 테리어 견종을 모델로 만들었다. 흰디는 모든 일에 끼어들기를 좋아하며, 천진난만하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다. 흰디를 기획한 박이랑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디자인팀 총괄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근함을 줄 수 있도록 강아지를 활용한 캐릭터를 만들게 됐다”며 “이름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을 표현하고자 흰색으로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요즘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계의 화두는 이미지와 동영상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로 고객들이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비주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박이랑 총괄은 “흰디는 SNS로 적극 소통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4년생)를 겨냥해 만들어졌지만, 친근한 이미지여서 아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모든 세대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백화점을 ‘흰디 테마파크’로
흰디를 활용한 굿즈(상품)에 대한 고객들 반응은 좋다. 현대백화점은 흰디 론칭 이후 동전지갑, 에코백, 손 선풍기, 행주 등 20여 종의 굿즈를 선보였다. 품목별로 1만개 가량 만들어 사은품으로 증정하거나 판매했는데, 대부분의 물량이 3일 안에 소진됐다. 수익금은 유기견 지원에 사용됐다.
현대백화점은 흰디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나선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 분위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고객들에게 즐거움과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하겠다는 취지다. 오는 10월 흰디가 춤을 추는 15초짜리 짧은 영상을 시작으로, 흰디의 일상을 재미있게 들여다보는 ‘페이크 다큐’, 흰디의 모험을 담은 장편 애니메이션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