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 '8차 사건 재심' 증인으로 수원지법 에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재판부가 이춘재(57)를 증인으로 채택한 가운데 ‘희대의 살인마’ 이춘재가 법정 촬영 등을 통해 대중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8일 수원지법에 따르면 이 사건을 맡은 제12형사부(부장판사 박정제)는 전날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5차 공판에서 이춘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수사기관 관계자 등 3차례 증인 신문을 진행한 뒤 11월 초 마지막 증인으로 이춘재를 법정에 세울 예정이다.
검찰과 변호인 측이 지난 4월13일 2차공판준비기일에서 자백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입증하기 위해 이춘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5달 만에 정식 증인으로 채택됨에 따라 관심은 이춘재가 대중에 모습을 드러낼 것인지로 옮겨갔다.
이춘재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법정에 증인으로 설 의사가 있음을 밝혔기 때문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만약 증언을 거부하더라도 재판부가 구인영장을 발부받아 법정에 서게 할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언을 거부할 경우 거부사유를 소명해야 한다. 법원은 소환장을 송달받은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정당한 사유없이 소환에 응하지 않는 증인은 구인할 수 있다.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제4조(촬영등의 제한)는 “재판장은 피고인의 동의가 있는 때에 한해 촬영 등 행위를 허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문제는 촬영 등을 허가할 때 제한을 담은 제5조(촬영등 행위시의 주의)에 “촬영 등 행위는 공판 또는 변론의 개시 전이나, 판결 선고 시에 한한다”는 규정이다. 촬영 가능한 범위를 ‘공판 개시 전’이나 ‘판결 선고 시’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통상 증인은 방청석에 대기하다가 증인신문 절차가 시작되면 증인석으로 이동한다. 구속 중인 증인의 경우 방청석에서 대기하기도 하지만, 대개 구속피고인대기실에 있다가 절차가 시작되면 나온다.
이 규칙이 촬영 가능한 범위를 ‘공판 개시 전’, 즉 재판부가 법정에 들어와 공판을 시작하기 전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공판 개시 이후 입장하는 이춘재에 대한 촬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재판부는 이춘재 증인 신문이 이뤄지는 공판 촬영을 허가해 대중에 공개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촬영 허가 등은 재판부의 재량사항이다 보니 아직 공개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11월 초 이춘재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있다. 적절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이춘재가 지난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14건의 살인사건과 9건의 강간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내렸다.
5건의 살인사건은 증거물에서 DNA가 검출돼 이춘재의 범행임이 명백해졌고, 나머지 9건의 살인사건은 DNA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자백으로 충분히 신빙성이 확보됐다는 판단이다.
이 가운데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당한 뒤 숨진 사건이다.
윤씨는 다음해 범인으로 검거돼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사건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 2·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항소는 기각됐다.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씨는 감형돼 2009년 출소했고, 이춘재의 자백 뒤 재심을 청구했다.
[수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