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울감이 커지는 때입니다. 그래서인지 방탄소년단(BTS·사진)이 빌보드 메인 차트 정상에 올랐다는 소식이 더욱 반갑습니다. 방탄소년단의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빌보드200’에 4연속 1위에 올랐지만 ‘핫100’ 1위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빌보드200은 앨범 차트이고 핫100은 노래 차트입니다. 핫100에는 2009년 원더걸스의 ‘노바디’가 76위,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위를 차지한 적이 있습니다. 핫100에서 한국 가수가 정상에 오른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입니다.
빌보드 핫100은 대중성을 가늠하는 지표로서 최고 권위를 자랑합니다. 인터넷 등 각종 음원 다운로도 횟수, 유튜브 조회수, 미국 내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합산해 노래 순위를 매깁니다.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로 세계 최고의 팝스타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겁니다. 팬덤 위주의 보이그룹을 넘어 미국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팝스타로 떠올랐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방탄소년단의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요. 코로나19로 우울감이 만연해 있는 지구촌 사람들을 위로하고 힘을 주는 경쾌한 댄스곡이라는 점, 천만대군 아미(ARMY)로 상징되는 강력한 팬덤, 해외 팬들도 쉽게 흥얼거리며 즐길 수 있는 영어 노래라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일정이 모두 취소된 탓에 그들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다이너마이트는 단비처럼 반갑게 다가왔을 겁니다. 최고의 뮤지션이 적절한 시기에 음악으로 들려준 진심이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울린 것으로 보입니다.
K팝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한국이 문화 강국으로서의 저력을 더욱 높여가고 있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탄 데 이어 올해 아카데미 영화상까지 휩쓸면서 할리우드의 아성을 넘어선 것은 우리 문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쾌거입니다.
방탄소년단의 업적과 함께 군 면제 얘기가 나옵니다. 이번에도 기존의 군 면제 논란들과 마찬가지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위 선양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납득할 만한 주장으로 보이지만, 다른 부문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합니다. 한국 가수가 빌보드 핫100에서 1위를 한 것은 국위 선양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빌보드를 병역 특례 기준의 하나로 삼을 수 있을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정의(正義)의 문제이므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합니다. 공정한 기준 마련을 위한 논의가 더 무르익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