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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15일부터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중단

입력 | 2020-09-09 03:00:00

제재 발효로 美 승인 없인 판매 못해… 화웨이, 年25조원 반도체 구매 큰손
공급중단 장기화땐 국내기업 타격… 대체 거래처 확보 등 대응책 고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에 이달 15일부터 반도체 공급을 사실상 중단한다. 미국 정부가 승인하면 공급이 가능하지만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당분간 공급 재개는 불가능하다고 반도체 업계는 보고 있다. 화웨이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핵심 수요처인 만큼 공급 중단이 장기화되면 국내 기업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 미중 갈등에 화웨이 공급 중단 리스크 현실화

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에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하기 위한 승인 신청을 했다. 지난달 17일(현지 시간) 미국 정부가 발표한 화웨이 추가 제재안이 이달 15일부터 발효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재안은 미국의 기술을 적용해 만든 모든 반도체가 화웨이에 공급되려면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거의 모든 전 세계 반도체 업체는 식각, 검사, 계측 등 주요 공정에 미국 기업의 장비 및 부품을 쓴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이달 14일 이전에 생산된 제품까지만 화웨이에 공급할 수 있다. 15일부터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려면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삼성, SK에 이어 글로벌 3대 D램 공급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도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미국 정부의 승인이 없으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승인을 거부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둘 다 화웨이에 D램 등 반도체를 판매하지 못한다. 국내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미국이 쉽게 공급 승인을 해주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계의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약 7조37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SK하이닉스에서 화웨이 관련 매출 비중은 11.4%, 약 3조 원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제재 발효를 앞두고 D램 대량 재고 쌓기에 나서 3분기(7∼9월) 실적에 영향은 작을 것”이라면서도 “대체 수요처를 찾기 전까지 잠정적인 타격은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대륙의 늑대’ 화웨이, 결국 스러지나

미국 정부의 이번 제재는 사실상 화웨이의 ‘숨통 끊기’에 가까워 IT 업계에선 “결국 화웨이가 미국과의 싸움에서 패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메모리 반도체 공급 승인을 해준다고 해도 화웨이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핵심 부품 공급 차질로 스마트폰 생산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021년 화웨이 스마트폰 점유율이 (현재 19%에서) 4.3%로 대폭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적으로 연간 25조 원어치의 반도체를 사들이는 ‘큰손’ 화웨이가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인 셈이다. 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에 대해서만 공급 승인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화웨이가 구매할 여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연이은 제재를 앞두고 단기간 재고 쌓기에 나서면서 자금난도 깊어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 화웨이가 자금 조달을 위해 약 20만 명에 달하는 전 세계 직원들을 상대로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초부터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향후 5년간 급여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자사주 매입에 쓸 수 있는 새 자사주 매입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SCMP는 화웨이가 자사주 매입 독려에 나서 연구개발(R&D)을 위한 신규 자금 조달 수단을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애플 전문 분석가인 홍콩 트렌드포스(TF) 인터내셔널 밍치 궈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최악의 경우 화웨이가 미국의 경제제재로 인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곽도영 now@donga.com·서동일·김예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