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 경합주인 플로리다주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를 따라잡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합주 가운데 가장 많은 29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플로리다를 핵심 승부처로 보고 전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NBC뉴스와 마리스트가 공동 진행해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에서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각각 48%로 같았다. 트럼프는 라틴계 지지자들 사이에서 50%로 바이든(46%)을 앞섰고, 65세 이상 유권자층에서도 48%의 지지율로 바이든(49%)과 초접전이었다.
트럼프가 바이든을 역전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여론조사업체 트라팔가그룹이 1~3일 플로리다주 유권자 102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지지율은 48.7%로 바이든(45.6%)을 앞섰다. 7월까지만 해도 플로리다주에서 바이든과 트럼프의 격차가 최대 8.4%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반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유세에서 “여기가 내 집”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뉴욕에서 살다가 지난해 9월 주소지를 개인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옮긴 것을 강조한 것이다.
플로리다 역대 대선에서 승패를 가른 주요 지역 중 하나였다. 4년 전 대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1.2%포인트 차이로 이기면서 대선 승리의 발판이 됐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에서는 재검표까지 진행한 끝에 부시 후보가 승리해 백악관에 입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에 사재를 투입하는 것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플로리다주 방문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운동에 사비를 쓸 것이냐’는 질문에 “그래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는 이겨야 한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사재를 최대 1억 달러(약 1190억 원)까지 쓰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캠프가 현금 부족 상태에 처했다며 △슈퍼볼 광고 1100만 달러 △비행기를 이용한 공중 배너 광고 15만6000달러 등 구체적인 사용내역까지 공개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도 6600만 달러의 개인 돈을 투입했지만 현직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에 사재를 털어 넣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순자산은 지난해 31억 달러보다 줄어든 25억 달러(2조9740억 원)이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