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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 통제 첫날, ‘풍선효과’ 여전…대학 캠퍼스 ‘야외 술자리’ 새벽까지

입력 | 2020-09-09 17:27:00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 줄 몰랐네요. 좋은 자리는 벌써 다 차지했네.”

8일 오후 9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출입통제 팻말이 붙은 잔디밭을 둘러보던 A 씨(22)는 아쉽다는 듯 한참을 서성거렸다. 대학 동기 3명과 함께 ‘술자리’를 찾아왔다는 그는 “지난 주말에도 왔었는데 너무 사람이 많아 자리 찾기가 힘들었다. 평일이라 좀 나을 줄 알았는데…”라며 푸념했다.

실제로 이날 한강변 공터에는 150명이 넘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과 음식을 나눠 먹고 있었다. 당연히 마스크는 벗거나 턱까지 내린 상태였다. 바로 옆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에 있는 약 4만5000㎡ 규모 잔디밭엔 출입통제 테이프가 쳐져 있었지만 별 상관이 없는 듯했다. 또 다른 시민 역시 “폐쇄 조치된 곳만 안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에서 재확산되며 방역당국은 ‘제2의 팬데믹’을 우려하고 있지만, 이를 귀담아듣지 않는 시민들은 여전히 상당했다. 일반주점이 오후 9시부터 영업을 중지하자, 한강공원이나 대학 캠퍼스 등에 모여 술판을 벌이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서울시는 8일 오후 2시부터 여의도·뚝섬·반포 등 주요 한강공원 내 밀집지역의 출입을 통제했다. 주말인 5, 6일 한강공원을 찾은 이용객이 대폭 증가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8일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여의도한강공원 등을 돌아봤더니 통제지역 바깥으로 사람들이 빼곡히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었다.

지난 주말 사람들이 몰려 논란이 됐던 여의도공원 잔디밭 ‘멀티프라자’와 ‘계절광장’도 이날 오후 2시부터 출입이 통제됐다. 하지만 오후 9시 이후 최대 2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술과 음식을 나눠먹었다. 이들 가운데 45명만 음식을 먹은 뒤 마스크를 착용했을 뿐, 다른 이들은 마스크에 신경도 쓰질 않았다.

한강공원은 현재 매점이나 카페 등도 9시 이후엔 영업을 종료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공원 내 ‘배달존’으로 배달을 시켜 9시 이후에도 술자리를 이어갔다. 밤 10시까지 영업하는 유람선 선착장 내 편의점을 이용하기도 했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선착장 편의점은 민간에서 운영해 영업 자제 권고만 해왔다. 9일부터는 해당 편의점도 9시 이후 영업 종료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별도 통제가 없는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이나 대학 캠퍼스 등도 ‘야외 술자리’가 늘고 있다. 9일 오후 9시 30분경 청계광장부터 광교 사이 300m가량 천변에는 200명 넘는 인원이 모여 맥주 등을 마시고 있었다. 인근 식당과 술집이 9시에 문을 닫자 편의점 등에서 맥주 등을 구입해 왔다. 이들 역시 평균적으로 10명 가운데 3, 4명 정도만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했을 뿐, 나머지는 ‘턱스크’나 아예 착용하질 않았다.

날씨가 선선해지며 대학캠퍼스도 사람이 몰려든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다니는 B 씨(24)는 “날이 어두워지는 오후 8시부터 기숙사 통행금지 시간인 오전 2시까지 곳곳에서 ‘술 파티’가 벌어진다”며 “‘술 게임’을 하는 소리가 밤 늦은 시간까지 기숙사 건물에 울려 퍼질 정도”라고 전했다. 최근 몇몇 대학의 익명 게시판에는 ‘시국을 생각해 자제하자’는 글도 올라왔지만, 별 다른 소용이 없다고 한다.

송영민 한강사업본부 운영부장은 “공원 내 잔디밭을 통제한 것은 거리두기 강화 기간동안 한강공원을 가급적 찾지 말아달라는 뜻이다. 통제 전과 이용객 수가 비슷하다면 더 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이 밀집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