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7일 “(백신이) 아주 빠르게 보급될 것이며, 아주 큰 서프라이즈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선 직전 백신 개발로 선거에서 승기를 잡으려 한다는 관측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늦어도 11월 초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라고 50개 주정부에 통보했다. 식품의약국(FDA)마저 백신의 3상 임상시험 전 긴급승인 의사를 나타내자 ‘백신 정치화’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트럼프가 대선용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압박한 결과인 셈인데, 이가 나기도 전에 고기를 씹겠다는 발상이다.
▷‘백신 과속’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미 정치전문 매체 더힐이 유권자 24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1%는 백신이 나와도 접종받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먼저 접종을 받은 이들의 효과와 부작용을 지켜보겠다는 것.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어떤 경우에도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기 전엔 미국 국민에게 사용 승인을 하지 않겠다”며 “10월까지 백신을 가진다는 상상은 할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했다.
▷백신 개발은 엄청난 이익과 명성을 보장하는 성배일 수 있지만, 치명적 부작용이 일부라도 나타난다면 재앙으로 이어지는 독배(毒杯)가 될 수 있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백신 접종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등 전제적 스타일의 스트롱맨들이 시도하고 있는 일인데, 민주주의 모범국인 미국이 이런 독재적 발상을 따라 한다면 국민이 용납할지 주목된다.
김영식 논설위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