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성범죄자 등의 신상 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 8일 오후부터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뉴시스
김태성 사회부 기자
‘디지털 교도소’는 올해 6월 범죄와 싸우는 전사처럼 등장했다.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 등 범죄자나 논란이 된 사건의 당사자를 거침없이 공개했다. 운영진은 “디지털 교도소는 해외 서버에서 암호화돼 운영되고 있다”며 “대한민국 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반응은 꽤 뜨거웠다. ‘온라인 자경단’의 게시물마다 수백 개씩 댓글이 달렸다. 이 웹사이트가 인기를 끈 배경은 간명하다. 우리나라는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공감이 힘을 실어줬다. 디지털 교도소는 점점 신상공개를 늘리며 대담해졌다.
그들이 성 착취물 구매를 시도했다며 신상을 공개한 채정호 가톨릭대 의대 교수(59)도 마찬가지다. 최근까지 채 교수는 매일 100통이 넘는 협박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시달렸다.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기분이었다.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다행히 지난달 경찰이 채 교수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디지털 저장장치 분석)을 통해 결백을 입증해줬지만, 그가 입은 피해는 누가 보상할는지. 디지털 교도소는 지금껏 어떤 사과도 없었다.
당당하던 그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7월부터 관련 수사를 맡아온 대구지방경찰청은 현재 운영진 일부의 신상을 파악하고 검거에 나섰다. 그러자 디지털 교도소는 8일 오후부터 접속이 불가능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망이 좁혀오고 여론이 돌아서며 운영진이 사이트를 폐쇄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자료들이 이미 확보돼 수사에 차질은 없다”고 밝혔다.
물론 이들의 ‘사회적 심판’은 몰라도 ‘사회적 분노’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도 없지 않다.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던 조두순이 겨우 12년 만에 출소한다는데 누군들 반가울까. 성범죄를 비롯해 강력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형사사법 체계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런 공감대가 디지털 교도소의 손에 ‘칼’을 쥐여 줬다고 오판하면 곤란하다. 법치주의의 기본 원리인 ‘법의 지배(rule of law)’는 누구든 임의로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지 못하도록 하자는 데서 출발했다. 이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사회는 근간이 무너진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불법’임을 잘 알고 있었다. 행동에 책임질 생각조차 없다면, 그들은 다른 범죄자와 뭐가 다를까. 디지털 교도소는 “모두가 합당한 처벌을 받길 원한다”고 했다. 모두엔 그들 역시 포함된다.
김태성 사회부 기자 kts57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