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을 가다] 교대 등교로 교실 내 학생 최소화… 격리 공간 만들고 야외 수업 늘려 일부 교사 반발, 학부모는 반신반의 어린이 감염 위험 둘러싼 논란 고조
3일 미국 뉴저지주 크레스킬의 에드워드브라이언 초등학교가 약 반년 만에 등교 수업을 재개했다. 수업을 마친 어린이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유지하며 부모를 기다리고 있다. 크레스킬(뉴저지)=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유재동 뉴욕 특파원
특히 올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학교가 문을 닫은 지 약 반 년 만에 학생들이 첫 등교를 하는 것이어서 부모들도 긴장한 표정이었다. 기자와 만난 한 학부모는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우고 정신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학교를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잠시 뒤 마스크를 쓴 아이들이 교사의 인솔하에 건물 밖으로 나왔다. 학생들은 잔디밭에 임시로 마련된 장소에 반별로 모였다. 땅 밑에 하얀 스프레이로 칠해진 지점에 한 명씩 선 학생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며 부모를 기다렸다. 한 교사는 몇몇 학생이 조금 가깝게 걸어가자 “서로 떨어지라”고 주의를 줬다.
○ “나누고 쪼갠다” 슬기로운 학교생활
미 50개 주 학교들은 지난달 말∼이달 초에 순차 개학을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은 일부 지역은 100% 온라인 개학을 했지만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매사추세츠 등 진정 조짐이 보이고 있는 북동부 지역은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등교를 합한 ‘하이브리드 개학’을 택했다. 특히 100만 명이 넘는 학생을 보유한 미 최대 교육구(區) 뉴욕시의 등교 개학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욕 같은 인구 밀집지에서의 안전한 학교생활 여부가 다른 지역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뉴욕 인근에서 학교발(發)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하거나 등교 개학이 무더기로 취소된 사례는 없다. 모두가 긴장하면서 방역 수칙을 잘 따른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의 각 학교는 성공적인 등교 개학을 위해 다양한 방역 대책을 준비했다. 핵심은 등교하는 학생 수를 제한하는 것이다.
뉴욕시 롱아일랜드시티의 한 공립 초등학교는 개학에 앞서 전체 재학생을 세 그룹으로 나눴다. 온·오프라인 수업을 교대로 받는 A와 B그룹, 학부모 의사에 따라 100% 온라인 수업만 받는 C그룹으로 분류한 것. 이에 따라 온·오프 병행을 택한 A그룹은 한 주는 주 3일, 그 다음 주는 주 2일만 등교를 하고 나머지 요일에는 원격 수업을 받는다. A그룹 학생이 온라인 수업을 할 때 B그룹 학생들이 등교를 하는 식이다.
이 학교는 또 지난달 말 온라인 타운홀 미팅을 통해 학부모에게 여러 방역 수칙을 전달했다. 우선 학생들은 학교 내에서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또 손 세정제를 교내 곳곳에 비치하고, 교실 창문을 수시로 개방해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뉴욕시의 한 공립학교에서 직원이 교실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뉴욕시 트위터 캡처
일부 학교는 감염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공원 및 운동장 등에 천막을 쳐놓고 야외 수업을 시행하고 있다. 시 교육청은 현재까지 약 200건의 야외 수업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 일부 교사 “재확산 촉매 우려” 반발
이런 정책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4일 뉴욕시 브루클린의 빌 더블라지오 시장 자택 앞에는 100여 명의 교사가 모였다. ‘더블라지오, 우리는 당신의 실험 대상이 아니다’란 팻말을 든 이들은 오프라인 수업 재개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섰다. 교사들은 “확실한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도 않은 채 당국이 학생과 교사를 위험에 몰아넣었다. 우리는 정치적 결정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한다.그럼에도 교사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오프라인 개학을 반대하는 쪽은 ‘현 수준의 인력과 학교 인프라로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을 관리할 수 없다. 대면수업 재개는 무책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맨해튼 공립 초등학교의 한인 교사 이지아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뉴욕시는 그간 낙후된 학교 시설을 개선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다는 당국의 말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어 “뉴욕 일대에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올봄 학교 구성원 중 상당수가 가족의 죽음을 겪었다. 오프라인 수업 재개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뉴욕시가 모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뉴욕시는 아직 실내 식당 영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교실 안이나 학교 식당에서만 점심을 먹어야 한다. 당국이 학생을 실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택한 일부 학부모의 불안감도 크다. 아이들의 친목 활동, 반 년째 이어지는 ‘집콕’ 육아에 지친 나머지 어쩔 수 없이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만 언제 코로나19가 다시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에드워드브라이언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한 한국계 학부모는 “언제 다시 학교 문을 닫아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올여름 미국 내 2차 확산의 거점이었던 남부 일부 공립학교에서는 최근 개학과 동시에 감염자가 속출해 학교 문을 닫아야 했다. 뉴욕 인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어린이 감염 위험 논란
하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어린이 또한 성인과 맞먹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바이러스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어린이의 치사율이 어른보다 높지 않다 해도 학교에서 감염된 어린이가 가정 및 지역사회에 코로나19를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하면서 재확산을 부추긴다는 의미다.
지난달 말 미 의사협회저널(JAMA)에 실린 논문은 올해 초 코로나19에 감염된 아동들을 연구한 결과 “증상이 더 진행되지 않거나 오래전에 멈춘 아동들도 수주 동안 바이러스를 몸에 지니며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프라인 개학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도 상당하다. 11월 3일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등교를 완전히 재개하지 않는 공립학교에 대한 연방예산 지원을 삭감하겠다”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반(反)트럼프 진영에서는 “공립학교에 다니는 상당수 저소득층 및 비백인계 아이들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 대통령이 보건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한다”고 비판한다. 학생 수를 줄인다 해도 교실, 스쿨버스, 학교 식당 등에서 아이들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100% 지켜진다고 장담할 수 없으며 무작정 학교 문을 열었다가 교사가 병에 걸리면 아이들도 가르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재동 뉴욕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