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해외파 트라이아웃 8명 참가
‘왕년의 거포’ 김기태 아들 김건형
‘헤라클레스’ 심정수 아들 심종원
어릴때 美 건너가 대학 졸업 앞둬

김기태 전 KIA 감독(왼쪽 사진)의 아들 김건형(왼쪽)과 ‘헤라클레스’ 심정수(오른쪽 사진)의 아들 심종원이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서 이동하고 있다. 둘은 이종범 주니치 2군 코치의 아들인 이정후(키움)가 롤모델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원=뉴시스·동아일보DB
과거 이 자리에서는 이학주(삼성), 하재훈(SK) 등 ‘해외 유턴파’나 한선태(LG) 등 ‘비선수 출신’이 관심을 모았다. 올해는 KBO리그 전설의 ‘2세’들이 눈길을 끌었다. 김기태 전 KIA 감독의 아들 김건형(24)과 ‘홈런 타자’ 심정수의 아들 심종원(23)이 주인공.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12월 대학 졸업을 앞둔 두 선수는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이번 행사의 문을 두드렸다.
현역 시절 두 아버지는 거포로 명성을 떨쳤다. 김 전 감독은 쌍방울에서 활약하던 1994시즌 25홈런으로 좌타자 첫 홈런왕에 올랐다. ‘홈런왕’ 이승엽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심정수는 통산 328개의 홈런(KBO리그 역대 7위)을 때렸다. 아버지들과 달리 두 선수는 빠른 발이 장점으로 꼽힌다. 김건형은 미국 대학 서머리그에서 2시즌 동안 타율 0.293을 기록했는데 76경기에서 40도루를 올렸다. 심종원도 84경기에서 타율 0.324, 9홈런, 18도루를 기록했다.
두 선수는 왼쪽 타석에서 치고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는 ‘우투좌타’ 외야수다. 그런데 우투좌타가 된 사연은 다르다. 지금은 키가 182cm지만 어린 시절 체구가 작았다는 김건형은 아버지처럼 왼손잡이로 태어났다. 하지만 내·외야 어느 곳이든 제약 없이 수비를 하기 위해 오른손으로 공을 던졌단다. 반대로 오른손잡이인 심종원은 빠른 발의 장기를 살리려 우타자보다 1루까지 거리가 짧아 유리한 좌타자가 됐다. 이종범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2군 코치의 아들로 프로야구 키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우투좌타 외야수 이정후(22)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집을 나서기 전 김건형은 아버지와 집에서 하이파이브를, 심종원은 미국에 머물고 있는 아버지와 영상통화를 하며 ‘기운’을 받아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한 수도권 구단 스카우트는 “둘 다 발이 빠르고 공을 맞히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상위 순번은 아닐 수 있겠지만 충분히 지명할 가치는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타고난 운동 감각을 지닌 이들은 21일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까.
수원=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