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인 코로나 관련 경험담 모은 책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출간
“함께 견디자는 말 건네고 싶었다”
“마스크가 평범해졌다. 엘리베이터 한쪽에 비치된 손소독제가 평범해졌다. 하루에 서너 차례 요란스럽게 울리는 재난문자도 평범해졌다. 평범. 이제는 너무 많은 것이 평범해졌다.” (시인 김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특별한 시대를 살고 있다.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문인 13인이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코로나19 시대의 특별한 경험담을 모은 책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B공장)를 출간했다. 올 6월경 출판사 기획위원인 소설가 이승우 권정현, 시인 이정하 씨가 아이디어를 냈고 젊은 작가 중심으로 원고를 모았다.
공연, 여행, 요식업계에서 일하다 코로나로 줄줄이 실직하고 공허함에 빠진 20대 청춘의 고단한 하루(최미래 ‘지난 이야기’)와 죽음이 낯설지 않게 된 시대, 외할아버지의 쓸쓸한 장례식장 풍경(임성순 ‘장례’)이 그려지기도 한다. 유튜버인 소설가 정무늬는 한 달에 한 번 찾는 정신과가 전에 없이 붐비는 것을 보면서 아무런 예고 없이 일상이 무너진 시대 “정신과도 코로나 특수 업종이었구나”라고 느낀다.(‘노란딱지’)
이들의 다양한 일화와 사유는 감염과 격리의 시대에 불쑥 화가 나고, 무시로 답답해지는 우리 마음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소설가 김유담은 “모두가 힘들고 화가 가득한 시대, 글로 어떤 위안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나만 힘들고 내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란 말을 전하고 싶었다”며 “작가들이 보고 느낀 것을 함께 나누며 힘내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