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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도 못 드시고 배달가셨는데…만취운전 가해자 엄벌해 달라”

입력 | 2020-09-10 18:21:00


새벽에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을 배달하다가 술에 취한 30대 여성이 몰던 외제차에 치여 숨진 50대 남성 가장의 딸이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인터넷 게시판에는 ‘을왕리 음주운전 역주행으로 참변을 당한 50대 가장의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숨진 피해자 A 씨(54)의 딸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난 새벽 저희 아버지는 저녁부터 주문이 많아 저녁도 못 드시고 마지막 배달이라고 하고 가셨다.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찾으러 어머니가 가게 문을 닫고 나선 순간 119가 지나갔고, 가게 근방에서 오토바이가 덩그러니 있는 것을 발견하셨다’고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청원인은 ‘아버지는 책임감 때문에 가게 시작 후 늘 치킨을 직접 배달하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제 가족은 한순간에 파탄 났다’고 호소했다.

또 청원인은 ‘인터넷에서 가해자들을 목격한 사람들의 목격담을 확인하니 중앙선에 시신이 있는 와중에 가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로 119보다 먼저 변호사를 찾았다고 한다’며 ‘일평생 단 한 번도 열심히 안 사신 적 없는 아버지를 위해 살인자가 법을 악용해 빠져나가지 않게 부탁드린다’고 엄벌을 촉구했다.

앞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A 씨는 9일 오전 1시경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에 나섰다가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편도 2차로에서 술에 취한 채 중앙선을 넘은 B 씨(33·여)가 몰던 벤츠 차량과 충돌해 숨졌다. B 씨가 운전하던 차량 조수석에는 지인이 타고 있었으며 이들은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숙박시설에서 함께 술을 마신 뒤 차량을 몰고 귀가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당시 B 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08% 이상을 훨씬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의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한 ‘윤창호법’을 적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로 B 씨(33·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B씨 차량 조수석에 타고 있던 지인도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