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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침체 속 ‘똘똘한 한 채’에 집중… 서울 고가 아파트만 활기

입력 | 2020-09-11 03:00:00

집값 규제로 경매 수요자 관망속 9억 넘는 서울 아파트 인기 반등
응찰자 수 늘고 낙찰가율 치솟아… 강남 아파트 이례적 매물 잇달아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경매 시장을 찾는 수요자들의 발길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의 고가 아파트는 정반대의 모습이 생겨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똘똘한 한 채’로 집중하면서 고가 아파트 선호 현상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10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경매의 평균 응찰자 수는 6월 8.5명으로 올해 최다를 기록한 이후 7월(8.1명)과 8월(6.3명) 잇따라 떨어지는 추세다. 지지옥션은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서울 부동산 경매 시장의 수요자들도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낙찰가율은 105.7%에서 107.6%로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의 상승 폭이 소폭 줄긴 했으나, 여전히 상승세가 이어진 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주택으로 범위를 넓히면 경매 시장 관망세는 더 두드러진다. 6월부터 8월까지 수도권 주거시설의 평균 응찰자 수는 6.6명에서 3.8명으로 감소했다. 낙찰가율도 92.4%에서 89.6%로 줄었다. 수도권의 다세대·연립으로 한정하면 평균 응찰자 수는 4.1명에서 2.3명으로, 낙찰가율은 80.8%에서 74.2%로 급감했다.

반면 서울의 감정 가격 9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주상복합 포함)의 인기는 오히려 반등하고 있다. 올해 5월까지만 해도 고가 주택을 향한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경쟁률이 낮았지만, 6월부터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평균 응찰자 수는 4월(3.3명)과 5월(3.8명) 모두 3명대였다가 6월 9.9명으로 늘었다. 이후 7월 7.4명으로 잠깐 소강 상태였다가 8월에는 8.4명으로 다시 반등했다. 낙찰가율 역시 4월(104.4%)과 5월(87.9%) 고전하다 6월(106.8%) 반등했다. 8월에는 107.4%의 낙찰가율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6·17대책과 7·10대책 등의 규제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다주택자들이 세 중과 부담을 피하기 위해 수도권 주택이나 서울 중저가 아파트보다는 서울 주요 입지의 고가 아파트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서울 시내 9억 원 이상 아파트 경매는 올해 월평균 14.5건만 진행됐다”며 “공급이 적은 탓에 한동안 수요 집중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9월에는 이례적으로 서울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가 연이어 경매 시장에 나온다. 감정 가격이 15억 원 이상인 매물만 16개나 된다. 평소라면 한두 건 찾아보기도 힘든 매물이 나온다. 감정 가격이 43억6000만 원인 강남구 청담동 ‘청담린든그로브’를 포함해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43억3000만 원 △청담동 ‘청담자이’ 31억 원 등의 입찰이 예정돼 있다. 올해 초 15억 원 이상 고가 주택의 주택담보대출이 차단되면서 경매 시장으로 흘러온 매물의 입찰이 이달 대거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