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각종 현안서 공감 부족 노출, 반사이익에도 야당 존재감은 미미 새 대표 선출한 與, 당명 바꾼 野… 국민과의 공감이 정치의 출발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 상황이다. 부동산에 대한 최근 정부 당국자들의 언급을 들어보면 정권의 소통과 공감 능력을 알 수 있다. 7월 23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감정원 통계로 11% 정도 올랐다고 알고 있다”고 말한 데 이어 이달 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등의 ‘일부 실거래 가격’을 예로 들며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사례도 있음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런 사례를 일반화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 당국자들의 이런 언급이 국민들의 체감 아파트 가격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문제는, 부동산 문제란 국민들이 체감하는 사안임에도, 권력의 핵심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공감지수가 형편없다는 뜻이다. 지난번 전공의 파업 당시 SNS에 오른 간호사들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감사 메시지도 마찬가지다. 감사의 대상인 간호사들은 고마워하기보다는 난감해했고, 의사들은 ‘갈라치기’라며 반발했다. 당시 메시지에서 모범적 사례로 언급된 가수 아이유의 아이스 조끼 전달 문제는 팬들에 의해 사실관계가 바로잡히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이 메시지의 관련자와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해당 메시지에 대해 한마디씩 했던 것이다. 이런 경우는 상당히 보기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최소한 감사의 대상은, 감사를 받았으니까 고마워해야 정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련자 대부분이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현 정권의 공감과 소통 능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이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려면 국민과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민주당은 시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세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 복무 관련 의혹에 대해 민주당이 어떤 입장을 보여주는가에 따라 민주당 새 지도부의 공감 능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생각을 국민에게 주입하려 하지 말고, 여론의 흐름에 따라 반응하며 상식선에서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언급을 보면, 민주당의 공감 능력이 개선됐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상황을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하고, 주관적 의견을 마치 사실처럼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여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유력 대권후보는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적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유력 대권후보가 없는 정당은 그 존재감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결론적으로, 양당 모두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정당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국민과의 공감은 모든 정치 행위의 출발점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