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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만 바꾼다고 새 정당인가[동아 시론/신율]

입력 | 2020-09-11 03:00:00

여권, 각종 현안서 공감 부족 노출, 반사이익에도 야당 존재감은 미미
새 대표 선출한 與, 당명 바꾼 野… 국민과의 공감이 정치의 출발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재 여권 핵심 관계자들의 언급을 듣다 보면 이들은 가족 내에서도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청와대 비서진의 다주택 문제가 터졌을 당시만 보더라도 그렇다. 청와대 측은 “통상 부동산 거래를 할 때 (공인중개사무소에) 얼마에 팔아달라고 했는지 남자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것은 여러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여권 인사들은 무슨 일만 생기면 “아내가 한 일이어서 본인은 잘 모른다”는 식의 언급을 종종 하는 것이 현실이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간의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부분이다. 이런 언급들을 종합해 보면, 가족끼리 소통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유독 여권에 많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권의 소통 능력이 떨어지고 공감 능력 역시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 상황이다. 부동산에 대한 최근 정부 당국자들의 언급을 들어보면 정권의 소통과 공감 능력을 알 수 있다. 7월 23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감정원 통계로 11% 정도 올랐다고 알고 있다”고 말한 데 이어 이달 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등의 ‘일부 실거래 가격’을 예로 들며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사례도 있음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런 사례를 일반화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 당국자들의 이런 언급이 국민들의 체감 아파트 가격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문제는, 부동산 문제란 국민들이 체감하는 사안임에도, 권력의 핵심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공감지수가 형편없다는 뜻이다. 지난번 전공의 파업 당시 SNS에 오른 간호사들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감사 메시지도 마찬가지다. 감사의 대상인 간호사들은 고마워하기보다는 난감해했고, 의사들은 ‘갈라치기’라며 반발했다. 당시 메시지에서 모범적 사례로 언급된 가수 아이유의 아이스 조끼 전달 문제는 팬들에 의해 사실관계가 바로잡히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이 메시지의 관련자와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해당 메시지에 대해 한마디씩 했던 것이다. 이런 경우는 상당히 보기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최소한 감사의 대상은, 감사를 받았으니까 고마워해야 정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련자 대부분이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현 정권의 공감과 소통 능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로운 대표로 이낙연 의원을 선출했고, 통합당은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개정하고, 김종인 위원장이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며 사과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그런데 당명을 바꾸거나 새로운 대표를 선출했다고 정당들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독일에는 “오케스트라는 바뀌었어도 음악은 똑같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 속담처럼 포장만 바꾼다고 그 정당들이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정치권이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려면 국민과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민주당은 시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세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 복무 관련 의혹에 대해 민주당이 어떤 입장을 보여주는가에 따라 민주당 새 지도부의 공감 능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생각을 국민에게 주입하려 하지 말고, 여론의 흐름에 따라 반응하며 상식선에서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언급을 보면, 민주당의 공감 능력이 개선됐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상황을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하고, 주관적 의견을 마치 사실처럼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여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유력 대권후보는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적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유력 대권후보가 없는 정당은 그 존재감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결론적으로, 양당 모두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정당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국민과의 공감은 모든 정치 행위의 출발점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