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에 축이 있어
한 번 붙들고 흔들면
폭풍에 사쿠라 꽃같이
별들이 우슈슈
떨어질 듯한 힘을
이 몸에 흠뻑
느껴보고 싶은
청신한 가을 아침―
이 시는 공초 오상순의 것이다. 공초 선생은 결혼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었고, 집도 없었다. 하물며 시인이라면 한두 권 있을 법한 시집도 없어 영면 이후에 친구들과 후배들이 시집을 마련했다. 유고 시집이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이었다. 공초(空超)라는 호도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세속에 초탈해 있는 시인의 삶을 상징한다. 불교계의 무소유가 법정 스님이라면, 문단계의 무소유는 공초 선생인 셈이다.
시가 수록된 지면은 1921년도에 간행된 문예지 ‘폐허’다. 태어난 지 무려 99년이 지난 작품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벚꽃 대신 ‘사쿠라’라는 단어를 썼다고 너무 나무라지는 말자. 시인을 탓하기에는 1921년이라는 시절이 너무 아프다. 중요한 건 이때가 어려운 시기였고 이건 한글로 창작된 우리 문학이라는 사실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시에 ‘청신한 가을 아침’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