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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실천 가능한 ‘업힐 라이딩’으로 코로나 블루 극복”[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0-09-12 14:00: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일명 ‘코로나 블루’를 서울 북악스카이웨이 업힐 라이딩으로 극복하는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우울감을 사이클을 타고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며 떨쳐내고 있는 것이다. 사이클 등 자전거는 최근 비대면 ‘홀로 스포츠’로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영석 씨가 10일 서울 북악스카이웨이를 사이클로 오른 뒤 북악팔각정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 씨는 사진 촬영을 위해 쓰고 있는 마스크를 잠시 팔 목에 걸어뒀다. 아마추어사진가 정동운.


10일 오후 8시30분. 회사원 김영석 씨(40)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북악팔각정에 올랐다. 서울 정릉에서 출발해 4km가 넘는 산길 도로를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올랐다. 얼굴에선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이렇게 사이클을 타고 산을 오르면 뭔가를 정복했다는 느낌, 성취감을 느끼죠. 근육이 끊어질 듯하고 심장이 터질 것 같지만 그 상황을 이겨내면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깁니다.”

김영석 씨는 서울 정릉에서 직장이 있는 보문동으로 출퇴근할 때 사이클을 탄다. 새벽 혹은 저녁 때 북악스카이웨이에 올라 일정 구간을 왕복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그에게 사이클은 ‘코로나 블루’를 떨치는 최고의 친구다. 김영석 씨 제공.


2015년 삶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철인3종에 입문하면서 사이클을 타기 시작한 김 씨는 매일 새벽 혹은 저녁에 사이클을 타고 북악스카이웨이를 오르며 스트레스도 날리고 건강도 챙기고 있다. 집이 정릉이고 회사가 보문동이라 아침 출근길, 저녁 퇴근길에 사이클을 타고 북악스카이웨이를 오른다. 새벽에 타면 저녁엔 쉬고, 새벽에 안 타면 저녁에 타는 식이다. 한번 올라가면 창의문에서 북악팔각정까지 2.5km 코스를 2~3회 왕복한다. 많이 탈 땐 왕복 10회를 하기도 한다. 그는 “힘든 코스이지만 뒤로 밀리지 않고 페달을 밟으면 쉽게 오를 수 있다. 평지에선 속도감을 느낄 수 있고 오르막에선 정복감을 느낀다. 근육을 많이 쓰고 호흡도 가쁘지만 오르고 나면 그 희열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며 웃었다.

운동과 큰 인연이 없었던 김 씨는 철인3종을 시작하면서 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2015년 초여름 열린 나라사랑 철인3종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출전해 2시간31분 33초에 완주했다. 초보자로선 대단한 기록이다. 그는 2016, 2018년 전국 듀애슬론대회(마라톤 5km+사이클 40km+마라톤 10km)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9월 열린 제7회 ‘은총이와 함께 하는 철인3종 대회’ 올림픽코스에서는 2시간4분26초로 2위를 했다.

김영석 씨는 마라톤에서도 수준급 기량을 갖추고 있다. 2015년 마라톤 입문 첫해 서울국제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 3시간5분대에 완주했고 2017년 2시간 57분대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우는 등 마스터스 꿈의 기록인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도 몇 차례 달성했다. 김영석 씨 제공.


김 씨의 강점은 사이클과 마라톤. 2015년 마라톤 입문 첫해 서울국제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 3시간5분대에 완주했다. 풀코스 개인 최고기록은 2017년 세운 2시간 57분대로 마스터스 꿈의 기록인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도 몇 차례 달성했다. 사이클을 타면서 약했던 허리도 좋아졌다고 했다. 그는 “사이클 타기는 사실상 전신 운동이다. 하체와 코어, 상체 근육이 함께 좋아지다 보니 약했던 허리도 강해졌다”고 말했다.

김 씨는 운동 시작부터 철인3종 철인코스(수영 3.9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10시간 이내 뛰는 것을 목표로 한 동호회 ‘텐언더(10 under)’에 가입해 함께 운동했다. 하지만 코로나 19 이후엔 혼자 훈련한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 사이클인 것 같다. 친구들하고 함께 타고 싶지만 사회 분위기에 맞춰 사람들이 없는 새벽이나 저녁 늦게 타고 있다”고 말했다.

업힐 라이딩 마니아들은 한강에서 모여 한남동으로 해서 국립극장을 거쳐 남산을 오른 뒤 광화문 경복궁 청와대를 지나 북악스카이웨이, 혹은 사직단으로 해서 인왕스카이웨이와 북악스카이웨이를 함께 정복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한강공원 출입도 자제하라는 분위기에 따라 각자 사회적 거리를 두며 라이딩하고 있다고 김 씨는 전했다.

김 씨는 당초 9월초 열릴 예정이었던 철인3종 철인코스 참가등록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그는 “아직 철인코스 쉽게 완주할 정도 실력은 안 된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해 꼭 완주하고 10시간 이내 기록에도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최자민 씨가 10일 사이클을 타고 서울 광장동에서 출발해 남산을 오르고 북악스카이웨이까지 정복한 뒤 북악팔각정 종합안내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최 씨는 쓰고 있던 마스크를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턱으로 내렸다. 아마추어사진가 정동운.


이날 오후 9시 쯤 한 여성도 힘차게 북악팔각정에 올랐다. 서울 광장동에서 식당을 하고 있다는 최자민 씨(39)였다. “장사도 안 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한강공원을 거처 남산을 오른 뒤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최 씨도 ‘코로나 블루’를 사이클을 타며 떨쳐내고 있었다. 육아에 전념하던 2013년 건강을 위해 시작한 사이클은 그의 인생을 바꿨다. 자전거는 ‘신세계’였다. 차를 타고 다니며 보던 것과는 다른 세계. 걷거나 달리며 볼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고 차를 타고 달리면 자연을 제대로 볼 수 없는데 자전거는 그 두 부족한 점을 극복할 수 있다. 초창기엔 눈 뜨면 사이클 타고 수도권 일대를 돌아다녔다.

최자민 씨는 한 때 ‘업힐 라이딩 여제’로 활약했다. 2014년 춘천 배후령과 강원도 대관령, 미시령 업힐크라임 대회를 정복했다. 미시령 대회에서는 2016년까지 3연패를 이루기도 했다. 최자민 씨 제공.


알고 보니 그는 한때 ‘업힐 라이딩 여제’로 군림하기도 했다. 사이클을 탄지 1년여가 지난 2014년. 춘천 배후령과 대관령, 미시령 업힐크라임 대회를 정복했다. 춘천 배후령 힐클라임 22km에서 56분48초로 우승했고 대관령 국제업힐클라임 대회 25km 여자 45세이하부에서도 44분20초로 정상에 올랐다. 미시령 20km 업힐클라임 여자(통합)에서도 54분 35초로 우승. 최씨는 미시령 대회에서는 2016년까지 3연패를 이루기도 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는 대회 출전은 잘하지 못하고 있고 코로나19로 힘들지만 혼자 업힐 라이딩으로 스트레스를 날리며 건강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최 씨의 업힐 능력은 대단했다. 웬만한 산은 단숨에 오른다. 이날도 한강공원 한남동 쪽에서 나와 국립극장 쪽으로 올라 남산을 단숨에 올랐다. 보통 국립극장 100m 위 쉼터에서 10~20분 쉬고 오르는데 그는 바로 오른다. 광화문을 지나 경복궁역 쪽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청운중학교, 윤동주문학관, 창의문으로 해서 오를 때도 자하손만두 위에서 잠시 쉬는 게 관례. 그런데 최 씨는 쉬지 않고 북악팔각정까지 오른단다. 청와대인근부터 북악팔각정까지는 3.5km 정도 되며 고비고비 급격한 경사가 있는 난코스다.

“개인적으론 산을 오르는 게 더 좋다. 정복한다는 느낌, 산을 오를 때 개인적으로 정해놓은 기록을 넘어설 때 느끼는 쾌감도 짜릿하다. 자기와의 싸움을 하기에 서울에서는 가장 좋은 코스가 남산, 북악스카이웨이다.”

최자민 씨는 틈틈이 사이클을 탄다. 최소 주 2회는 서울 남산, 북악스카이웨이를 오르며 ‘코로나 블루’를 떨쳐내고 있다고 했다. 최자민 씨 제공.


최 씨는 사이클을 탄 뒤 몸이 ‘어마무시하게’ 달라졌다고 했다.

“허벅지가 튼튼해지며 다리 전체가 좋아지고 허리, 등 근육이 발달하니 건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잔병치레도 안하고, 피부까지 좋아졌다. 살이 근육으로 바뀌다보니 몸무게는 조금 늘었다. 하지만 비만이 아닌 건강한 체중증가라 어떤 옷도 잘 받는다.”

그는 “여성분들이 허벅지가 두꺼워질까봐 자전거를 안 타려고 하는데 절대 허벅지가 두꺼워지지 않는다. 근육질로 바뀌어 단단해지고 건강해질 뿐이다”고 강조했다. 최 씨의 몸매는 정말 군살 하나 없이 탄탄했다.

플루트를 전공한 아티스트였던 최 씨는 사이클에 입문해 ‘스포츠 마니아’들과 인맥을 쌓으면서 ‘스포츠인’이 됐다고 했다. 그 인맥의 도움으로 식당운영하게 됐고, 매일 사이클을 타며 즐겁고 건강하게 인생을 살고 있다.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틈틈이 사이클을 타는데 주당 최소 2회는 남산과 북악스카이웨이를 오르고 있다.

“이렇게 산을 오르고 나면 기분도 좋고 잠도 잘 온다. 스트레스도 날아간다. 야외에서 하는 가장 좋은 스포츠가 자전거 타기다. 요즘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할 땐 더 자전거가 좋다. 2m 이상 떨어져 탈 수 있고, 새벽이나 밤에 타면 사람도 없어 더 안전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