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적 문제 황당” 비판 쏟아져… MBC “호칭 아닌 논증력 평가”
MBC 기자 공개 채용시험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고소인을 성추행 ‘피해자’로 불러야 할지, ‘피해호소인’으로 불러야 할지를 묻는 문제가 출제돼 응시자들 사이에서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열린 MBC 기자 직군 공채 필기시험(논술) 문제는 ‘박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의 호칭을 두고 한쪽에서는 사건 진상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피해자란 단어를 쓰면 성추행을 기정사실화하게 된다며 피해호소인 또는 피해고소인으로 칭했고, 반대쪽에서는 피해호소인이란 말 자체가 성범죄 사건에서의 피해자 중심주의에 반해 2차 가해를 불러온다고 주장했다’며 ‘어떤 단어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그 이유를 논술하라’였다.
이날 오후 언론인 지망생과 전·현직 기자들이 회원으로 있는 한 인터넷 카페 등에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공채 논제로 2차 가해를 할 수 있는지 황당하다. 사상 검증도 정도껏이지 인간된 도리를 저버리는 논제다” “당초에 명확한 정파성을 띠고 만들어진 논제다. … 공영방송에서 정파적인 논제를 가지고 논리성을 논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의견이 갈린다고요? 피해호소인은 틀린 표현입니다. 명백한 2차 가해라고요” 등 비판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MBC 관계자는 “해당 논술 문제에서 어떤 호칭을 선택했느냐는 평가 사항이 아니고, 관심사도 아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선택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논증력, 즉 논리적 사고의 전개 과정만을 평가하려는 게 핵심 취지”라고 밝혔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