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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조두순’[횡설수설/이진구]

입력 | 2020-09-14 03:00:00


‘옆집에 악마가 산다’ … 호러 영화 제목 같지만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상당수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발생한 강간, 강제추행 범죄만 무려 2만3000여 건. 성범죄로 현재 신상공개 중인 사람은 전국에 3671명이나 된다. 한 동(洞)에 신상공개 대상자만 14명이 사는 곳도 있다.

▷2008년 8세 여아를 성폭행해 12년을 복역한 조두순이 12월 만기 출소한다. 그는 복역 중 면담에서 출소 후 원래 살던 경기 안산으로 갈 계획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조두순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제는 성인이 된 피해자가 살고 있다. 시는 방범카메라를 확충하고, 경찰도 수시 점검에 나선다고 하지만 두 사람이 길에서 마주칠 가능성까지 대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성범죄자들의 재범을 막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신상공개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허점이 많다. 가장 중요한 거주지는 건물번호까지만 공개되기 때문에 옆집에 성폭행 전력자가 살아도 모르기 쉽다. 인권보호도 필요하지만 ‘너만 알고 조심해’ 식의 공개가 무슨 소용인가. 같은 읍면동에 사는, 미성년자가 있는 가정에는 호수 등 세부정보를 우편으로 알려주는데 시간이 지나 피해자가 성인이 되면 받을 수 없다. 조두순 피해자가 딱 이 경우다.

▷신상공개와 전자발찌 착용 기간도 형량 등에 따라 한정된다. 조두순의 경우 신상공개는 5년, 전자발찌는 7년이다. 그는 법무부 관계자들에게 “죄를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지만 믿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필자가 전자발찌 착용의 효용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성범죄 전력자들 가운데는 전자발찌를 액세서리처럼 여기는 이도 있었다.

▷재범 방지를 위해 미국 플로리다는 아동성범죄자 집 앞에 ‘성범죄자(sexual predator)’라는 팻말을 붙인다. 오클라호마에는 신상공개자들의 머그샷(경찰이 범인 식별을 위해 찍는 얼굴 사진)만 게재하는 신문이 있는데 성범죄자는 별도 코너에 싣는다. 첫 발행 때 6000부를 찍었는데 순식간에 팔려 지금은 6만 부를 찍는다. 성범죄는 아니지만 발행인의 아들도 두 번이나 게재됐다고 한다.

▷성도착증 범죄자들의 출소를 영구히 막을 수는 없는 상황에서 피해를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호수용제도가 그중 하나인데 성도착증 범죄자들을 치료 목적으로 퇴근 후부터 다음 날 출근 때까지 야간에는 내보내지 않고 특정 시설에서 살게 하자는 것이다. 이제 100일도 안 남았다.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시민들이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뭐라도 해야 한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