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상점이 폐업한 뒤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유채연 인턴기자 연세대 철학과 4학년
조응형 사회부 기자
경기 남양주에 상가를 보유한 A 씨는 최근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려다 골머리를 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임차인의 사정이 어려운 걸 감안해 임대료를 3개월 감면해줬던 그는 정부 정책대로 인하분의 절반을 세액공제 받으려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산 넘어 산’이었다.
세무사에게 매일 전화해 관련 규정을 물어봤고, 부동산사무소에 가 임대차계약서와 임대공급가액명세서 등을 준비했다. 소상공인 확인서를 발급받으려고 임차인이 장사를 하루 접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역센터도 방문했다. 임차인이 소상공인법에 규정된 소상공인이란 확인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발급도 되지만 절차가 복잡해 쉽지 않았다.
임대인들은 “취지는 좋은데, 너무 복잡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서울 관악구에 5층 상가를 가진 김모 씨(58)는 “부동산이나 세무사도 내용을 잘 모르더라. 세제 혜택 대상이 맞는지, 감면했다가 다시 인상할 때 임차인이 거부하면 어찌 되는지 등 세부사항을 속 시원히 알려주는 곳이 없다”고 했다. 중개업자 B 씨는 “임대인도 감면액의 50%를 부담해 ‘선의로’ 손해를 감수하는데, 좋은 일하고 고생을 시키니 지레 겁을 먹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에게 임대료는 공포 그 자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7일 발표한 통계를 보면 조사 대상 3415명 중 69.9%가 코로나19로 임대료가 가장 부담이라고 꼽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도심의 상가 수는 2분기 들어 2만1178개나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임차인으로선 선뜻 얘기를 꺼내기 어렵다.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38)는 “3, 4월 임대료 20%를 감면받았다. 매출은 지금이 더 나쁘지만 벌써 한 번 도움 받아놓고 또 부탁하기가 망설여진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착한 임대인 운동’의 열기가 가라앉은 배경을 정부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초기엔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임대인들도 적극 나섰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임대인에게도 상황이 나쁘다. 그들의 호의에만 기대지 말고 절차 간소화, 인센티브 증대 등 참여를 이끌어낼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좋은 뜻에서 시작한 운동, 제대로 돌봐야 함께 버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