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천진꿀밤은 내게 처음으로 밤맛을 알려준 종이다. 크기는 작지만 쉽게 껍질이 벗겨지고 달고 맛있다. 마치 가마솥 아래 잿더미 속에서 갓 구워 낸 고구마를 먹는 느낌이었다. 내 고향 오키나와에는 밤나무가 없어서 도쿄의 포장마차에서 몸과 마음이 힘들고 추웠던 청춘기에 난생처음 맛을 본 것이었다. 세월이 많이 흐른 뒤 중국 베이징의 명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년 전 가을 아내와 함께 전북 진안군 밤 줍기 행사에 갔다. 모자를 쓰고 장갑과 집게, 바구니를 챙겨 들고 나섰다. 솔직히 가지에서 밤송이를 떼는 것이 좋을지 떨어진 밤송이의 밤을 꺼내는 것이 더 좋을지 잘 몰랐다. 어찌 되었건 벌레가 없는 싱싱한 밤을 고르는 것은 어려웠다. 밤 줍기가 결코 즐겁고 로맨틱한 과정이 아니라는 걸 체험한 후에는 감사히 밤을 사 먹는다.
하지만 밤은 프랑스 리옹 지역에 실크산업이 없어지면서 위기에 놓인 지역 발전에 공헌한다. 설탕에 재워 속은 부드럽고 겉은 달콤하고 바삭한 상태로 만든 밤캔디(marron glac´e), 밤을 갈아 만드는 몽블랑(Mont Blanc)도 19세기 파리에서 개발되어 오늘날 전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디저트가 되었다.
어릴 때 오키나와를 떠나 도쿄 외곽에서 자취를 하면서 살았던 시절이 있다. 아래층에 혼자 사시던 할머니는 항상 기모노를 입고 창가에 앉아 넓은 들판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냈다. 집은 몇 칸의 다다미와 아주 간소한 부엌으로 한 사람이 겨우 살 수 있을 규모였다. 당시 나는 주로 라면만 먹고 살았고 그 특유의 냄새를 할머니가 의식했는지 어느 날 초대를 받았다.
메뉴는 달콤한 밤 몇 쪽이 들어 있는 밤밥이었다. 살짝 소금 간이 된 밥과 함께 씹는 밤은 더 달게 느껴졌다. 처음으로 밥에 간을 해 맛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느꼈고 그것이 요리사가 된 나의 첫 요리 강좌였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