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열흘새 또 1조원 증가
시장에서는 주택 구입을 위한 수요, 코로나19로 인한 생활자금 등의 기존 신용대출 수요 외에 빚을 내서라도 ‘공모주 청약’에 뛰어드는 2030세대의 주식 투자 열기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상상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뛴 뒤 상한가 3번)’을 기록한 SK바이오팜을 보며 단기 투자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공모주 대박’을 노리고 2030 투자자들이 더 과감하게 빚을 끌어다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들이 몇 분 만에 대출을 해줘 ‘컵라면 대출’로도 불리는 비대면 전용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고 공격적인 경쟁을 벌인 것도 신용대출 증가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1, 2등급 고신용자의 경우 일반 신용대출(2.29%) 평균금리가 담보가 있는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2.52%)보다 더 낮다. 당국이 신용대출 증가세에 대한 잇단 경고를 내놓자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다가 투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용대출) 한도가 줄기 전에, 받을 수 있을 때 받아놓아야 한다”는 ‘대출 사재기’도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용대출로 긴급한 생활비를 마련하는 사람이나 자영업자도 있기 때문에 섣부른 대출 규제가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한쪽으로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 다른 쪽으로는 대출을 갑자기 조이면 정책이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무조건 조이는 것은 상황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일단 신용대출의 사용처 등을 면밀히 분석 중”이라고 했다. 규제카드를 꺼내들더라도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한 ‘핀셋 규제’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장윤정 yunjng@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