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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2인자’서 日 총리 눈앞…‘스가’ 시대, 한일관계 영향은?

입력 | 2020-09-14 18:16:00


‘만년 2인자’로 불렸던 실무형 참모가 일본 총리 등극을 눈앞에 뒀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일본의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로 14일 선출되면서 일본은 자수성가형 총리, 전략가형 총리 시대를 맞게 됐다. 대외적으로 한국 중국 등 이웃국가와 갈등이 줄고, 내부적으론 경제와 지방발전 등 생활밀착형 정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스가 총재는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발표한 2일 이후 자신의 업적으로 휴대전화 요금 인하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예로 들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2012년 총재 선거에 나서며 “집권하면 과거사를 반성한 담화를 수정하겠다”며 이데올로기 측면을 강조한 것과 차이가 크다.

우치야마 유(內山融) 도쿄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는 “(총무상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를 향한 정책을 어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베 정권의 지지 기반을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에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경제정책)를 계승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가 총재는 ‘관리형 지도자’로도 꼽힌다. 2012년 3월 ‘정치가의 각오-관료를 움직여라’라는 책을 출간하며 관료 다루는 법을 자세히 소개했다. 2014년 5월에는 내각관방에 고위 관료 약 600명의 인사 실무를 담당하는 내각인사국을 신설했다.

사도 아키히로(佐道明廣) 주쿄대 국제학부 교수는 “엘리트 관료의 이름, 업무 내용, 인맥 등을 파악한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수법을 스가 총재가 익히고 있다”며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관료는 등용하고, 반대하는 이는 좌천시키는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대변인이었던) 스가 총재는 언론도 통제할 것으로 보인다. 숨쉬기 힘든 강권(强權) 정치가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스가 총재의 약점은 외교안보 분야 경험이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교적으로도 철저하게 실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명확한 목소리를 낸 적도 있다. 그는 12일 일본기자클럽 주최 자민당 총재 후보 토론회에서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구성’에 대해 “반중 포위망이 될 수밖에 없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2014년 아베 정권 내에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 수정 움직임이 강하게 일 때도 스가 총재는 “유지”를 외쳤다. 이런 까닭에 한중, 중국과의 과거사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스가 총재의 임기는 아베 총리의 잔여 임기 동안인 내년 9월까지로 ‘중간 계투’ 성격이다. ‘아베 계승’을 밝히면서 자민당 의원과 광역지자체 대표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기 때문에 자신의 색깔은 당분간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가 총리가 총재 선거에서 광역지자체 표에서도 가장 많은 89표를 얻었고, 각종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크게 오르면서 10월을 전후해 중의원을 해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중의원 해산, 총선을 통해 국민들에게 신임을 물을 가능성이 크다”며 “총선 압승을 통해 자신의 색깔을 내고,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을 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당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 경제 활성화,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 개최 등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도쿄=김범석 특파원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