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희진 산업2부 차장
그는 뭐라도 해야 했다. 접객원이 있는 유흥업소라는 이유로 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긴급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500만 원이 넘는 월세와 직원 월급을 주기 위해 그가 택한 것은 ‘섀도 키친’이라 불리는 배달만 하는 식당이었다. 처음엔 경험 삼아 시작해 본 일이었는데 이제 부업이 아닌 본업에 가까워졌다. 김 씨는 “배달수수료, 월세, 재료값 등을 빼면 겨우 인건비가 남지만 아이 둘을 키워야 하니 뭐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데리고 있던 직원들도 대리운전, 택배기사, 배달라이더로 흩어져 부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재확산과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조치로 소비 침체뿐만 아니라 고용 충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업종 종사자는 본업이 멈추다 보니 적은 돈이라도 벌 수 있는 부업을 찾고 있다. 비단 자영업자의 얘기만은 아니다. 올 초 항공사 여행사 등이 대규모 휴직에 들어가면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직장인도 부업에 뛰어들고 있다. 기약이 있는 휴직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최근 이스타항공은 전체 직원 1136명 가운데 605명을 이메일로 정리해고했다. 올해 초부터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조종사, 승무원들은 부업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한 직장에 입사해 정년까지 채우는 것은 요즘 구직자에겐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됐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취미 또는 못 이룬 꿈을 위해 퇴근 후 여러 직업을 경험해 보는 것도 든든한 직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다니고 있는 직장이, 내 가게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를 정도로 많은 것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지금도 살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하는 N잡러들은 또 다른 부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염희진 산업2부 차장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