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5월 4일
플래시백
1922년 2월 말일 남대문역, 지금의 서울역에 처녀 7명이 모였습니다. 이중 4명은 14, 15세였으니까 처녀라기보다는 소녀였죠. 제일 나이 많은 처녀가 25세였습니다. 이들은 부모형제와 헤어져야 했지만 얼굴에는 웃음을 머금었죠. 남대문역을 출발한 지 3일 뒤 일본 도쿄(東京)의 도엔지(東淵寺)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이로부터 2주가량 지난 3월 12일, 이번에는 대정권번 기생 12명이 남대문역에 들어섰습니다. 이 권번에는 평양 기생들이 많았습니다. 함흥 기생은 제갈량의 출사표를 잘 외우고 의주 기생은 말을 잘 타고 평양 기생은 관산융마(關山戎馬)를 잘 불렀다죠. 관상융마는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에 곡을 붙인 창이랍니다.꽃다운 처녀들과 내로라하는 기생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쿄로 간 이유는 ‘평화기념 도쿄박람회’ 때문이었습니다. 3월 10일부터 7월 말까지 열린 평화박람회는 일본의 국력과 문화를 자랑하려는 목적이었죠. 당시 일본은 세계 5대 강국의 하나였고 워싱턴군축회의에서도 대접을 받았습니다. 국제연맹이 출범하고 군축회의도 타결된 점을 박람회 개최의 계기로 삼았죠. 조선 처녀들은 안내 도우미로, 대정권번 기생들은 공연단으로 활동했습니다.
(위) 평화기념 도쿄박람회에 설치된 조선관에서 안내 역할을 하기 위해 선발된 조선 처녀 7명이 1922년 2월 28일 남대문역을 출발하기에 앞서 사진을 찍었다. 제일 나이 많은 처녀가 25세, 제일 나이 어린 소녀는 14세였으며 6개월 간 도우미를 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다. (아래) 3월 12일에는 평화박람회에 가는 대정권번의 정예 기생 12명 중 10명이 남대문역을 떠나기 전 카메라 앞에 섰다. 이들은 평화박람회 무대에서 5일간 '봉래의' '고구려무' 등 10개 조선 전통춤을 공연한 뒤 극장 유라쿠자(有樂座)에서도 역시 5일간 공연할 예정이었다. 출처=매일신보
그런데 한창 박람회가 진행되던 5월 4일 느닷없이 동아일보 3면에 ‘저주하라! 평화박람회’ 제목의 머리기사가 실렸습니다. ‘동포여! 관광을 단연 중지하라’는 구호도 중간 제목으로 들어있었죠. 일제와 총독부가 보기에는 자신들이 심혈을 기울여 개최한 평화박람회가 망하라고 재를 뿌린 짓이나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기사는 먼저 도쿄 우에노(上野)공원 박람회장에 세운 10개의 특설관 중 조선관을 문제 삼았죠. 임금이 생활하는 전각을 본뜬 2층짜리 조선관은 1322㎡가 넘어 특설관 중 두 번째로 컸죠. 그런데 한마디로 날림이었습니다. 기둥은 속이 보이게 얇은 소나무 조각을 둘러 허술하기 짝이 없었죠. 그래서 2층에는 일반관람객 입장을 막았고 초대권 관람자도 10명 이상 올라가면 조마조마했답니다. 벽에 붙인 단청무늬 종이는 덜렁덜렁했고 기와는 양철조각을 우그려 붙였으며 여염집 부엌에나 붙이는 민화로 장식했다니 말 다했죠.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는 1922년 3월 27일 평화박물관의 조선관을 찾은 히로히토 섭정궁을 조선인 여자 간수들이 봉영, 즉 받들어 영접했다는 사진 기사를 4월 2일자 3면에 실었다. 앞서 언급한 조선 처녀 7명이 간수, 즉 도우미 역할을 한 것이다. 사진 속 한복을 차려입은 조선 처녀들이 무척 앳되어 보인다. 출처=매일신보
조선 전시품은 수수비나 바구니 정도였고 쌀은 왜 그리 많이 벌여놓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가장 큰 불만은 조선인 관람객들이었습니다. 끌려오다시피 한 조선인들이 거의 매일 수백 명씩 돌아다니는데 그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던 것이죠. 흰색 한복 한 벌로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리는 일본 곳곳을 20일 넘게 돌아다니면 나중에는 거지꼴이나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래서 도쿄에서는 ‘조선단체’라는 말이 몹시 지저분하고 더럽다는 뜻으로 쓰였다죠.
이진 기자 leej@donga.com
원문
咀呪(저주)하라！ 平和博覽會(평화박람회)평화박람회와 조선인의 격렬한 공분
츄악한 조선관과 눈물나는 관광단원
同胞(동포)여！ 觀光(관광)을 斷然(단연) 中止(중지)하라
삼월 십일로부터 동경의 상야공원(上野公園)에 열닌 소위 평화박람회는 개회 이전부터 여러 가지 실패를 계속하야 안으로는 사회의 공격이 맹렬하고 밧그로는 중국인의 감정을 사서 국제문뎨까지 이르켯슬 뿐 아니라 매일 입장하는 사람은 예뎡한 수효의 반분도 되지 못하야 예산에 이백만 원이 부족하다고 떠드는데 이 평화박람회가 잘되든지 못되든지 이것은 조선사람이 조금도 상관할 일이 아니지마는 박람회 안에 조선총독부의 설비한 조선관(朝鮮舘)이라는 것과 총독부에서 권장하고 보조하야 다려오는 조선사람의 관광단에 대하야는 조선사람 전톄의 면목에 상관이 되며 조선총독부 당국자의 심사를 의심치 아니치 못하게 되야 방금 동경에 잇는 조선사람 사이에는 불평이 거의 극항에 이르러 이를 분개치 아니하는 사람이 하나도 업다.
公憤(공분)의 的(적)、朝鮮舘(조선관)
괴악망측한 소위 조선관
뎐각에 계견사호의 장식
侮辱(모욕)의 陳列品(진열품)
수수비가 중요 물산
중류 이상 가뎡의 모형이라는 것도 말할 수 업시 추악하고 조선의 공업이 아모리 유치하기로 그다시 진렬할 것의 업는지 수수비 바구미 종류가 진렬한 물품의 중요한 것이며 조선쌀은 무엇에 쓰랴고 그러케 만히 가저왓는지 큰병에 몃말식 담아 여러 가지를 벌려 노앗는데 어것도 종류의 선택을 잘못하고 돌이 석긴 것처럼 썩지 아니할 약을 너흔 까닭에 조선쌀은 조치 아니한 것이라는 광고를 훌륭히 한 결과가 되얏스며 총독부의 원조로 시작하얏다는 조선관 압 조선음식 파는 곳에는 조선료리와 갓지도 아니한 음식을 파는데 더욱이 조선사람의 입에는 구역이 나도록 괴악망측한 것이라. 엇더한 것인지 모르고 드러갓든 사람은 내외국인을 물론하고 조선요리라는 것은 참 괴악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그리하야 평화박람회 안에 잇는 조선총독부의 설비라는 것은 법백이 조선을 흉하게 조치 안케 야만가치 보이랴고 한 것인가 의심할 만콤 추악하게 되얏다. 조선사람 된 자 엇지 이에 대하야 공분이 업스리오. 류학생계가 중심이 되야 불평의 소리가 사방에 이러나매 총독부 당국자는 무슨 사고이나 생길가 겁이 나서 밤에는 다수한 순사가 조선관을 옹위하고 밤이 새도록 경계를 하야 총독부의 하는 일은 어듸를 가든지 순사가 아니면 부지를 하지 못하는 추태를 밤마다 진렬하야 잇다.
痛哭(통곡)할 恥辱(치욕)의 廣告(광고)
참아 볼 수 업는 됴션인 관광단
무슨 심사로 이 디경까지인가
이러한 구조의 조선관 이러한 종류의 진렬품으로 매일 사오만 명의 내외국인에게 조선의 단처와 결뎜을 몃곱절 보태여 구경을 식히게 되는 것도 분하야 참아 견듸일 수가 업는데 이보다도 중대한 일이 또 한가지가 잇스니 이것은 요사이 동경에서 일본사람의 손가락질하며 조롱하는 재료가 되야 잇는 소위 조선단톄라는 조선인의 관광단이다. 조선사람으로 단톄를 지어서 박람회 구경을 오는 사람은 매일 수백명에 이르는데 이러한 사람들은 거의 전부가 향촌사람으로 박람회의 의미도 자세히 모르는 이가 적지 아니함으로 박람회를 시찰하야도 아모 효과가 업슬 것은 무론이나 다만 잔피한 벼톨이나 추수하는 까닭으로 관텽에서 강잉히 권하는데 끌니여서 부득이 하야 단톄에 참가한 사람들이라. 그럼으로 려행에 별로 경험도 업스며 의복도 대개는 조선의복이거니 양복을 입엇다 하야도 거의 말이 못되는 모양뿐이라. 려관의 불편과 랭대는 박람회 중이라 평일보다도 심하거니와 소위 령솔하야 가고 다니는 자는 대개는 일본인 군서긔 종류인데 이자도 동경 구경이 처음인고로 어느 겨를과 무슨 지식으로 단원의 편의를 도모하야 줄 수가 잇스랴. 도처에서 실태와 랑패가 생길 것은 당연한 일이다.
觀(관)하라 此(차)를
불상한 그 모양
보는 이는 눈물
고국에 잇는 동포는 도뎌히 생각하지 못할 만콤 동경의 가로에서 보는 조선관광단의 모양은 참혹하야 동경에 잇는 조선사람들은 뜨거운 눈물이 흐를 디경이다. 요사이 의복은 대개 흰 것이오 풀긔운으로 입는 것인데 행장을 만히 가지고 다니지 못하게 한 까닭에 의복은 대개 입고 온 것뿐이다. 의복 한 벌을 가지고 수십일을 객디로 끌녀다니노라니 그 모양이 과연 엇더할가. 더욱이 일본은 비가 만히 오고 루습한 곳이라 더럽고 저진 옷에다가 인도고 신짝을 끌고 우산에다가 물통이나 들러 메이고 떼를 지어 령솔자의게 몰녀다니며 고루거각이나 치어도 보고 입을 딱 버리는 모양을 볼 때에는 무엇이라고 형용할 수 업시 압흐고 쓰리다.
아― 이러한 관광단을 조직하야 조선사람의 치욕을 동경에까지 가저다가 광고를 하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 『조선단톄』라는 일홈은 요사이 동경에서 구접스러운 것을 형용할 때에 쓰는 한 별명이 되얏다. 엇지 조선사람이 진실로 분하며 마음이 압흐지 아니하리오. 한 고을의 관광단 려비를 도합하면 그 고을에서 상당한 공익사업도 할 수가 잇슬 것이오 조선전도에서 평화박람회로 인하야 동경에 와서 소비되는 돈을 합하면 백개의 학교도 넉々히 세울 것이라. 무슨 까닭으로 구차한 조선사람으로 다수한 금전을 허비하야 가면서 치욕을 텬하에 광고케 하고저 하는가. 총독부 당국자의 심사이야말로 통분히 생각한들 무슨 소용이 잇스리오. 다만 조선인을 모욕하는 박람회를 보기 위하야 자긔의 치욕을 광고하기 위하야 조선사람이 동경에 오지 안키를 동경에 잇는 조선사람들은 간절히 바라며 동시에 조선 안의 동포에게 하소코저 한다.(동경)
현대문
저주하라! 평화박람회평화박람회와 조선인의 격렬한 공분
추악한 조선관과 눈물 나는 관광단원
동포여! 관광을 단연 중지하라
3월 10일부터 도쿄의 우에노공원에서 열린 이른바 평화박람회는 개회 이전부터 여러 가지 실패를 거듭해 안으로는 사회의 공격이 맹렬하고 밖으로는 중국인의 감정을 사서 국제문제까지 일으켰을 뿐 아니라 매일 입장하는 사람은 예정한 인원의 절반도 되지 못하여 예산에 200만 원이 부족하다고 떠드는데 이 평화박람회가 잘 되든지 못 되든지 이것은 조선사람이 조금도 상관할 일이 아니지만 박람회 안에 조선총독부가 설치한 조선관이라는 것과 총독부에서 권장하고 보조하여 데려오는 조선사람 관광단에 대해서는 조선사람 전체의 체면과 관계가 있고 조선총독부 당국자의 생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방금 도쿄에 있는 조선사람들 사이에서는 불평이 거의 극한에 이르러 분개하지 않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공분의 대상, 조선관
괴악망측한 이른바 조선관
임금 거처인 전각을 민화로 장식
이른바 조선관이라는 것을 먼저 소개하면 첫째 그 만들어 놓은 것이 박람회장 안에 있는 모든 진열관 중에서 가장 추악하다. 겉은 임금의 거처인 전각 모양으로 지었으나 기둥은 속이 보이게 얄따란 소나무 조각으로 둘러쌌다. 그밖에도 구조가 어찌나 취약하든지 2층이라는 곳에는 일반관광객을 올라가지 못하게 하고 초대권 가진 사람만 올라가게 한다. 그것도 10명 이상을 올리면 전각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 한다. 이른바 단청이라는 것은 종이에 인쇄해 바른 것이 비에 젖어 떨어져 나오는 것이라든지 양철조각으로 우그려 덮은 기와모양이라든지 조선사람의 눈으로는 차마 볼 수가 없다. 전각 2층의 장식으로는 여염집 부엌 위에 붙이는 한 장에 5, 6전짜리 닭 개 사자 호랑이 민화를 붙여 놓은 것에는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럼 그 속에 진열한 것은 어떠한가. 전각 안에 들어서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정면에는 험상궂은 조선농군의 인형을 될 수 있는 대로 보기 싫게 만들어서 세워 놓았다. 외국인이 처음 이것을 보고 조선사람은 야만인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인형을 만들어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곳에 세워놓은 것도 기괴할 뿐만 아니라
모욕의 진열품
수수비가 중요 물산
중류 이상 가정의 모형이라는 것도 말할 수 없이 추악하다. 조선의 공업이 아무리 유치해도 그렇게 진열할 것이 없는지 수수비 바구니 종류가 진열해 놓은 중요 물품이다. 조선쌀은 무엇에 쓰려고 그렇게 많이 가져왔는지 큰 병에 몇 말씩 담아 여러 가지를 벌여 놓았다. 이것도 종류를 잘못 선택하고 썩지 말라고 약을 넣은 것이 돌이 섞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조선쌀은 좋지 않다는 광고를 훌륭히 한 결과가 되었다. 총독부의 원조로 시작하였다는 조선관 앞 조선음식 파는 곳에서는 조선요리 같지도 않은 음식을 파는데 더구나 조선사람 입에서는 구역질이 나도록 괴상망측한 것이다. 어떤 것인지 모르고 들어갔던 사람은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조선요리라는 것은 참 괴악한 것이라는 생각을 품게 한다. 그래서 평화박람회 안에 있는 조선총독부의 설비라는 것은 모든 것이 조선을 흉하게, 좋지 않게, 야만처럼 보이게 하려고 한 것인가 의심할 정도로 추악하게 되었다. 조선사람 된 자로서 어떻게 이것을 보고 공분이 나지 않겠는가. 유학생 사회가 중심이 되어 불평의 소리가 사방에서 일어나자 총독부 당국자는 무슨 사고나 생길까봐 겁이 나서 밤에는 많은 순사가 조선관을 호위하고 밤새도록 경계를 하고 있다. 총독부가 하는 일은 어디를 가든지 순사가 아니면 버틸 수 없는 추태를 밤마다 진열하고 있다.
통곡할 치욕의 광고
차마 볼 수 없는 조선인관광단
무슨 생각으로 이 지경까지인가
이러한 구조의 조선관, 이러한 종류의 진열품으로 매일 4만, 5만 명의 내외국인에게 조선의 단점과 결점을 몇 배 보태서 구경을 시키게 되는 것도 분해서 차마 견딜 수가 없는데 이보다도 중대한 일이 또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요새 도쿄에서 일본사람이 손가락질하며 조롱하는 소재가 되어 있는 이른바 조선단체라는 조선인의 관광단이다. 조선사람으로 단체를 지어서 박람회 구경을 오는 인원은 매일 수백 명에 이르는데 이러한 사람들은 거의 전부가 시골사람으로 박람회의 의미도 자세히 모르는 이가 적지 아니하므로 박람회를 둘러보아도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다만 별 것 없는 낱알이나 추수하는 까닭에 관청에서 억지로 권하는데 끌려서 부득이하게 단체에 참가한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여행에 별로 경험도 없으며 의복도 대개는 조선의복이거나 양복을 입었다 해도 거의 말이 안 되는 모습뿐이다. 여관의 불편과 냉대는 박람회 중이라 평일보다 심한데다 이른바 인솔하여 가고 다니는 자는 대개는 일본인 군서기 종류인데 이 자도 도쿄 구경이 처음이므로 어느 틈과 무슨 지식으로 단원의 편의를 챙겨줄 수가 있겠는가. 도처에서 실패와 낭패가 생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보라. 이것을
불쌍한 그 모습
보는 이는 눈물
고국에 있는 동포는 도저히 생각하지 못할 만큼 도쿄의 길거리에서 보는 조선관광단의 모습은 참혹하여 도쿄에 있는 조선사람들은 뜨거운 눈물이 흐를 지경이다. 요새 의복은 대개 흰 것이고 풀을 먹여 입는 것인데 여행 짐을 많이 가지고 다니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의복은 대개 입고 온 것뿐이다. 옷 한 벌을 가지고 수십 일을 객지로 끌려 다니노라니 그 모습이 과연 어떠할까. 더구나 일본은 비가 많이 오고 습기가 많은 곳이어서 더럽고 젖은 옷에다가 고무신짝을 끌고 우산에다가 물통이나 둘러매고 떼를 지어 인솔자에 의해 몰려다니며 높고 큰 집이나 쳐다보고 입을 딱 벌리는 모양을 볼 때는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이 마음이 아프고 쓰리다.
아- 이러한 관광단을 꾸려서 조선사람의 치욕을 도쿄에까지 가져다가 광고를 하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 『조선단체』라는 이름은 요즘 도쿄에서 지저분한 것을 표현할 때 쓰는 하나의 단어가 되었다. 어찌 같은 조선사람으로 참으로 분하고 마음이 아프지 않겠는가. 한 고을의 관광단 여비를 합산하면 그 고을에서 상당한 공익사업도 할 수가 있을 것이고 조선 전체에서 평화박람회를 보러 도쿄에 와서 소비되는 돈을 합하면 백 개의 학교도 넉넉히 세울 것이다. 무슨 까닭으로 구차한 조선사람으로 많은 돈을 허비해 가면서 치욕을 천하에 광고하게 하려고 하는 것인가. 총독부 당국자의 속마음이야말로 분하게 생각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다만 조선인을 모욕하는 박람회를 보기 위하여, 자기의 치욕을 광고하기 위하여 조선사람이 도쿄에 오지 않기를 도쿄에 있는 조선사람들은 간절히 바라며 동시에 조선 안에 있는 동포에게 하소연하고자 한다. (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