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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나만의 분청사기를 만들 수 있을까?

입력 | 2020-09-15 14:30:00



● 18일 개막하는 ‘2020 공예주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예방을 위해 안전한 ‘비대면 택배형 공예체험’이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 도자기 공방 ‘고고공방’이 선보인 ‘분청사기 DIY키트’다. 공방에서 반건조된 분청사기 접시를 택배로 보내주면, 신청자는 접시 위에 꽃, 물고기, 캐릭터, 반려견 등 원하는 모형의 도안을 올려놓고 뾰족한 도구로 조각한다. 이를 다시 택배를 통해 공방으로 보내면, 공방에선 1250도의 전기가마에서 구운 뒤 완성된 분청사기를 신청자에게 다시 보내준다. 유튜브 ‘공예TV’의 ‘슬기로운 공예생활’ 코너에서 소개돼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영상의 내용이다.



● 일상 속 공예문화 ‘생활 속 공예두기’
이달 18~27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최하는 ‘2020 공예주간(Korea Craft Week 2020)’의 주제는 ‘생활 속 공예두기’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공예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로 만들자는 취지다. 김태훈 KCDF원장은 “재택근무, 화상강의가 일반화되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대폭 늘어나면서 ‘몸에 좋고, 보기에도 좋은 물품’으로 내 공간을 꾸미는 산업과 예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8년 전체 공예산업의 매출액은 4조2537억 원으로, 2014년에 비해 4년 만에 1조 원 가까이 성장했다. 대량 생산된 플라스틱 제품보다는 원목으로 만든 테이블, 찻장, 서랍, 흙으로 만든 도자기와 나무에 옻칠로 만든 공예품, 크리스털로 만든 컵과 주전자, 은으로 만든 다구 등이 관심이 끌고 있다.

올해로 3회째인 ‘공예주간’은 전국 425개의 공방에서 816개의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지난해는 전국 359개소에서 34만 명이 참여했는데, 올해는 규모가 더 커졌다. 또 코로나로 5월에서 9월로 행사가 연기되면서 비대면으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대폭 늘었다.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여성들의 삶과 노동에 쓰였던 공예품을 감상할 수 있는 ‘여가생활(女家生活)’ 전시가 열리고, 서울 종로구 예올북촌가에서 현대장신구와 스카프 작품을 선보이는 ‘장식하다’가 관람객을 기다린다. 전주한옥마을, 수원화성 공방거리, 보령공예문화예술연구소의 석공예, 군산 예깊미술관의 한국현대공예 울림전, 광주 가가스페이스의 빗자루 공예 등 색다른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10월 중순에 서울 종로구 인사동 KCDF갤러리에서 열리는 ‘일일유람:공예의 터전을 찾아서’는 과거와 현재, 산과 바다를 넘어 전국의 공예장인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서울의 자수, 경기의 도자, 강원은 옻, 경상은 나전과 두석(목가구를 장식하는 금속공예), 충청은 모시, 전라는 한지, 담양은 채상(죽세공품), 제주의 말총 등 20여 명의 현대작가 작품이 전시된다.



● 온라인으로도 즐길 수 있는 전통공예
전시장 방문과 체험은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인원이 제한될 수 있지만, 공예주간 홈페이지(www.kcdf.kr/craftweek)에서 온라인으로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선 5월부터 사전행사로진행된 ‘다함께 차차茶’(전남 장성), 강릉 선교장의 ‘고택향연(古宅饗宴)’, 안동포(삼베) 공예품을 즐기는 ‘풍류정원’(안동) 등도 볼 수 있다. 유튜브 ‘공예TV’에서는 마스크 매듭 만들기, 분청사기 DIY 뿐만 아니라 도자기 명장의 작업풍경을 ASMR(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로 보여주기도 한다. 물레 돌리는 소리, 가마에서 꺼낸 균열이 간 도자기를 깨는 청아한 소리가 일상에 잔잔한 여유를 던져준다. 최재일 KCDF 공예본부장은 “‘생활 속 공예두기’는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삶에서 우아함을 잃지 않는 방법이자 ‘생존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