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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140㎞대 직구로 0점대 ERA…“류현진의 향기가 난다”

입력 | 2020-09-15 17:32:00

김광현의 2020시즌 메이저리그 등판 일지. © News1


“류현진의 향기가 난다.”

‘KK’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향한 메이저리그 전문가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평가다.

올 시즌 세계 최고의 무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광현은 KBO리그 시절보다 줄어든 구속으로도 ‘꿈의 기록’으로 불리는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구속만 생각하면 의문점이 고개를 든다.

15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밀러파크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 더블헤더 1차전. 김광현은 7이닝 동안 87구를 던지며 3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승리투수 요건도 갖췄지만 불펜의 방화로 시즌 3승 달성에는 실패했다.

김광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0.83에서 0.63(28⅔이닝 2자책)으로 더욱 낮아졌다. 선발투수로 등판한 5경기 평균자책점은 0.33으로, 이는 양대리그에 자책점 기록이 공식 도입된 1913년 이후 ‘첫 선발 5경기 평균자책점’ 부문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역사적인 기록이기도 하다.

지난해까지 김광현은 SK 와이번스 소속으로 KBO리그에서 활약하면서 직구 평균 구속 147.1㎞(스탯티즈 제공)를 기록했다. 150㎞가 넘는 공도 심심치 않게 뿌렸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올 시즌은 90마일(144.8㎞)로 감소했다. 150㎞대 빠른공은 찾아보기 어렵다.

떨어진 구속으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하면서도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송재우 위원은 “구속보다 구속의 변화, 그리고 제구에 신경을 더 쓰는 것 같다”며 김광현의 달라진 점에 주목했다.

송재우 위원은 “올 시즌 김광현은 KBO리그에서 뛰었던 지난해와 다른 투수다. KBO리그에서는 힘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파워피처였지만, 메이저리그 기준으로는 파워피처로 보기 어렵다. 김광현 스스로 그 점을 빨리 파악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첫 번째 이유를 설명했다.

두 번째 이유로는 슬라이더의 변화를 꼽았다. 일반적인 슬라이더보다 속도가 빠른 커터성 공을 던진다는 것. 이 공이 현지 데이터로는 직구로 집계가 돼 김광현의 평균구속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송재우 위원의 분석이다.

송재우 위원은 “슬라이더도 속도를 가감하면서 느린 것, 빠른 것을 던진다. 한 가지 구종이 더 있는듯한 모습”이라며 “오늘 보니 우타자 몸쪽으로 꺾이는 88~89마일(141~143㎞)짜리 공을 던지더라. 타자들이 패스트볼로 인지하고 있다가 몸쪽으로 공 한두 개 더 깊숙이 들어오니 배트도 부러지고 범타도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올 시즌 김광현의 150㎞대 빠른공은 볼 수 없는 것일까. 송재우 위원은 “지금도 김광현은 93~94마일(149~151㎞)짜리 공을 던질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하지만 구속에 욕심을 낼 이유가 없는 것 같다”며 “류현진도 빠르지 않은 공으로 영리하게 투구 패턴을 바꿔가며 타자들을 제압하는데, 지금 김광현에게는 류현진의 향기가 난다. 여러가지 변화로 타자들을 상대하는 법을 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김광현은 제구가 뛰어난 투수라는 인식이 없었는데, 메이저리그 진출 첫 시즌부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극찬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