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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8월에 집중적으로 거래가 됐어요. 일단 조합 설립이 되면 조합원 지위를 승계하기 까다로워지니 일단 사두자는 거죠.”
1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장기적인 관점에서 ‘똘똘한 한 채’를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매수 문의가 요새 잇따르고 있다.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동 현대7차 전용 245㎡은 지난달 14일 65억 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지난해 52억5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불과 1년여 사이에 12억5000만 원 오른 가격에 팔린 것이다.
거래도 활발한 편이다. 6·17부동산대책 이후 압구정동 일대에서 80건 이상이 거래됐다. 올해 1~5월 아예 거래가 없거나 한달에 10건 미만으로 거래됐던 분위기와 대조적이다.
이는 재건축 조합원이라도 2년 간 실제 거주해야 분양권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규제를 이르면 올해 안에 도입하기로 한 데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규제를 적용받지 않으려면 연내 조합을 설립해야 해서 추진 속도를 내고 있는 것.
압구정 4구역(현대 8차, 한양 3·4·6차)과 5구역(한양 1, 2차)은 최근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이 75%를 넘겼다. 다른 구역도 주민 동의를 받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일단 조합이 설립된 뒤 조합원 지위를 승계하려면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1주택자이면서 10년 이상 보유, 5년 이상 실거주해야 하는데, 그 전에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재건축 아파트 밀집지인 목동신시가지7단지에서도 전용 101㎡이 7월 들어 22억 원에 거래됐다. 전월 대비 1억~2억 원 가량 오른 가격이다. 목동신시가지는 6단지가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하는 등 재건축이 가시화하고 있다. 정부가 6·17대책에서 내년부터 안전진단에서 현장조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최대한 빨리 안전진단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는 데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114의 서울지역 주간 재건축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8월 28일 0.18%, 9월 4일 0.04%, 11일 0.09% 등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전체 아파트 가격은 상승폭이 줄고 있다. 보통 투자 목적의 매매가 많은 재건축 아파트는 아파트 매수세가 주춤할 때는 일반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빠르게 하락세를 타는데, 좀처럼 그런 흐름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아파트는 입지 면에서 장점이 입증된 곳”이라며 “각종 규제로 추진 속도를 내기 쉽지 않겠지만 중장기적인 투자 수익을 기대하는 수요자들이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매수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새샘기자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