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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기후변화와 산불 무관” vs 바이든 “트럼프는 기후 방화범”

입력 | 2020-09-16 03:00:00

美대형 산불, 대선 쟁점 번져




마스크 안 쓰고 산불피해 보고받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4일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를 방문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에게 산불 현황 브리핑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민주당 소속의 뉴섬 주지사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 새크라멘토=AP 뉴시스

미국 서부에서 맹렬하게 확산 중인 대형 산불의 원인과 책임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정면충돌했다. 산불 확산의 원인이 기후변화라는 분석을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하자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는 기후 방화범”이라고 거칠게 몰아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를 방문해 산불 현황 브리핑을 받았다. 웨이드 크로풋 캘리포니아주 천연자원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올해 여름 데스밸리의 기온이 섭씨 54.4도, 로스앤젤레스는 48.4도까지 올라갔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후변화가 산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학이 열쇠다. 과학을 무시한다면 캘리포니아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날씨가 점점 더 시원해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그냥 지켜보라”는 반응을 내놨다. 크로풋 장관이 “과학이 당신의 의견에 동의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 나는 과학이 (기후변화를)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기후변화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산불의 원인이라고 볼 수도 없다는 취지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산불이 주 정부의 산림 관리 실패 때문이라고 비판해왔다. 공교롭게도 산불 피해가 큰 서부의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주 등은 민주당 텃밭 지역이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날을 바짝 세웠다. 이날 델라웨어주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아예 “트럼프는 기후 방화범(climate arsonist)”이라고 몰아붙였다. “그에게 4년을 더 허락하면 미국이 더 불탄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며 “그가 기후변화를 부정한 것이 이런 산불과 기록적 홍수, 허리케인을 불러온 것은 아닐지 몰라도 그가 재선되면 이런 지옥 같은 일들이 더 흔해지고 더 심해지고 더 치명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후보는 주요 공약 중 하나로 기후변화 대응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에서는 여름부터 서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현재까지 35명이 사망했고 수천 명이 대피했다. 야생동물 피해와 재산 피해도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금문교 일대가 시뻘겋게 변하고 재와 연기 피해 등으로 주변 지역은 고통받고 있다. 미 전국합동화재센터(NIFC)에 따르면 현재까지 12개 주에서 발생한 100여 건의 산불로 남한 면적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520만 에이커(약 2만1043km²)가 피해를 봤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현재까지 310만 에이커가 불에 타 역대 기록을 넘어섰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서부 해안을 강타한 산불이 대선 이슈가 됐다”며 양 캠프가 산불을 캠페인 기회로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캠프는 현직 대통령이라는 위치에서 재해 대응과 피해 지원을 카드로 내세우고, 바이든 진영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 대응 부족 문제를 집중 난타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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