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2월 27일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북-미 대화가 장기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하노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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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쏟아지는 폭로들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고 나면 당신은 김 위원장의 외교적 목표와 ‘레드라인’이 무엇인지 같은 기본적 질문에 대한 답을 알게 됐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그의 책 ‘전쟁터에서(Battlegrounds)’에서 ‘화염과 분노’가 외교 준비를 위한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기 위해 어떻게 시도됐는지를 설명한다. 그의 관점에서 볼 때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1차적 목적은 북한이 수십 년간 지속해 온 적대적 행동의 패턴을 바꾸도록 강요하고 설득하는 것이었다. 맥매스터는 김 위원장 일가의 문제로 “도발, 거짓 화해와 협상, 강탈, 양보, 약한 협정의 발표, 합의의 불가피한 위반이 부추기는 북한의 공격적 행동 사이클”을 들고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사건들을 기록한다. 소셜미디어가 공식 서신을 시대착오적으로 만들었지만 북한은 편지 쓰기 기술을 부활시켰다. 예정된 만남이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백악관에 도착한 김정은의 편지가 없었다면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못했을 것이다. 싱가포르의 콘클라베는 긴장됐던 분위기를 누그러뜨렸지만 이는 정상들의 의지를 담은 포괄적인 성명에 바탕을 둔 프로세스의 시작일 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을 열기 전에 보다 낮은 단계의 대화에서 구체적인 결과를 주장했어야 했다.
김 위원장이 원하는 것 중 하나는 미국의 군사적 역량에 대한 이해였고, 이상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일방주의적인 철군론을 내세우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일부 동맹 군사훈련 중단으로 보상을 받았고, 아마도 이를 전면적으로 축소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유추했을 것이다.
폭로의 결말은 트럼프-김정은의 외교시대가 김 위원장의 동기에 대한 미국의 회의론을 굳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아직도 북한이 협상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비핵화 아닌) 평화가 최종 결과일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핵무장한 북한에 부(富)를 이전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핵무기의 무장해제를 위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북한의 핵무기와 공존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한을 영구적인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는 것 또한 위험을 높인다. 현재 김 위원장의 양손은 팬데믹과 경제난, 자연재해 등으로 가득 차 있다. 만약 이런 내부적인 문제가 없었다면 그는 10월 10일로 예정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식 이후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 직전 사이에 기습공격을 하고 싶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런 무수한 내부 문제 때문에 그는 기존의 낡은 각본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보통 때보다 더 강해질 수도 있다. 다음 달 퍼레이드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물 모형을 공개하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닐 것이다. 한미동맹은 무력 위협에서 이동식 지상 또는 해상 기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사이버전의 실질적 확대에 이르기까지 보다 중대한 도발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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