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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발레 위상 세계 무대에 알리겠다”

입력 | 2020-09-16 03:00:00

美 ABT 수석무용수 안주원, 한국인 발레리노로는 처음 올라
‘군무’ 입단 6년만에 “꿈같은 일” 내달 부산발레페스티벌 특별출연




ABT 작품 ‘아폴로’에서 연기하고 있는 안주원 발레리노. ⓒRosalie O'Connor

“어려서부터 공연 비디오를 보면서 늘 꿈꿔오고, 존경하는 무용수들이 있는 발레단의 수석무용수가 된 건 꿈같은 일입니다.”

e메일에서 가시지 않는 흥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11일 한국인 발레리노로는 처음으로 미국 아메리칸 발레시어터(ABT)의 수석무용수가 된 안주원(27)은 15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평생 하던 일로 인정받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며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그의 ABT 수석무용수 승급은 한국 발레계의 또 하나의 쾌거다. 1939년 미국에서 창단한 ABT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볼쇼이발레단, 영국 로열발레단,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과 어깨를 견줄 만큼 세계 굴지의 발레단이다.

선화예고를 나온 안주원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다니던 2013년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딴 후 ABT 입단 제의를 받고 이듬해 코르 드 발레(군무)로 들어갔다. 지난해 9월 솔리스트로 승급한 지 1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우뚝 섰다. 무용수 85명인 ABT는 군무―솔리스트-수석무용수로 이뤄져 있다. 수석무용수는 남녀 각 8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 4월부터 국내에 머물고 있는 안주원은 주간 화상회의를 하다 승급 소식을 접했다. “코로나19로 발레단 공연이 사실상 멈춘 상태였기 때문에 올해 승급발표는 없을 줄 알았어요. 한동안 멍하다 쏟아지는 축하 메시지를 보고 나서야 기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자정을 넘긴 시간. 가족에게도 이 소식을 알렸는데 여동생은 “오, 축하해” 한마디만 남기고 방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는 “동생 덕분에 다시 겸손한 마음을 갖고, 기분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었다. 지금껏 저를 가르치신 고교, 대학 스승들이 많이 떠올랐다”며 웃었다.

ABT 안에서 누구보다 그의 승급을 기뻐한 이는 2012년부터 수석무용수로 활동 중인 발레리나 서희(34)다. 서희는 한국인 처음으로 ABT 수석무용수 자리에 올랐다. 안주원은 “서희 누나는 제가 입단했을 때부터 많이 챙겨줬고 승급 후에도 정말 기뻐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제2회 부산발레페스티벌에 특별 출연하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스승인 정성복 부산발레시어터 예술감독과 함께 만드는 작품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연습 도중에 취소된 공연이 많지만, 연습 자체가 몸을 녹슬지 않게 할 기회여서 다행”이라며 “세계무대에서 한국 발레의 위상을 높이면서도 발레라는 장르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