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명소 누비며 춤 추는 등 홍보영상 기존 문법서 벗어나 해외 누리꾼들 사이 입소문 “코로나 아니면 당장 한국 갔다”
‘대박’ 유튜브 영상을 기획한 오충섭 한국관광공사 브랜드마케팅팀 팀장(오른쪽)과 박민정 차장이 한국 관광지도 앞에서 “어려움을 겪는 관광업계 종사자 모두가 영상으로나마 위로를 얻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아래 사진은 유튜브 시리즈 ‘전주편’에서 무용수들이 한옥 앞에서 춤을 추는 장면 캡처.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좀체 어울리지 않는 이 세 가지를 한데 모아놓으니 말 그대로 ‘터져버렸다’. 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채널이 7월 말 선보인 ‘Feel the Rhythm of Korea(한국의 리듬을 느껴보세요)’ 시리즈는 현재 15일 기준 누적 조회수가 7386만 회를 넘어섰다. 페이스북, 틱톡 등에서 기록한 수치까지 합하면 약 2억6000만 회. 무엇이 이 ‘B급’ 영상을 힙하게 만들었을까.
총 세 편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는 기존 홍보영상 문법에서 크게 벗어난 결과물이다. 잘 가꿔진 명소, 군침 도는 음식 영상, 사물놀이, 예쁘고 멋진 스타들이 등장하는 광고와는 판이하다.
해외의 잠재적 관광객을 타깃으로 이 시리즈를 기획한 건 한국관광공사 브랜딩마케팅팀의 오충섭 팀장과 박민정 차장. 11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만난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무작정 ‘방문하라’는 직접적 메시지를 줄 수 없어 고민이 컸다”며 “B급 영상에 대한 내부 우려도 있었지만 ‘한국의 역동성’을 잘 전달해 뿌듯하다”고 밝혔다.
영상은 해외 누리꾼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우연히 광고를 봤는데 한국이 궁금해졌다” “팬데믹만 아니면 당장 날아갔을 텐데” “광고를 다 본 건 처음”이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그냥 영상을 계속 보게 된다”며 영상 자체의 미학에 대한 반응도 적지 않다. 아이돌 영상에나 있을 법한 ‘커버댄스’ ‘리액션 영상’까지 등장했다. 이번 영상은 ‘탈(脫)아이돌, 한류 스타’ 전략으로 나갔다. 오 팀장은 “한류 스타가 나오면 조회수는 보장된다. 하지만 색다른 매력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해외서 퍼진 입소문은 국내 누리꾼 귀에도 들어왔다. “이제야 ‘뻘짓’ 안 하고 흐름을 읽었다” “모처럼 세금 잘 썼다”는 칭찬 댓글이 많다. 기획실무를 맡은 박 차장은 “외국인 대상 광고만 제작하느라 늘 해외 반응만 살폈다. 주변 동료들이 영상을 공유하는 걸 보며 인기를 실감했다”고 했다.
‘돈 써서 광고 잘 태운’ 마케팅이라는 지적도 많다. 인기 영상 앞에 유료 광고를 넣어 조회수만 높였다는 비판이다. 오 팀장은 “광고라도 30초 이상 시청해야 조회수로 집계된다. 예년 수준의 예산으로 해외 12개국과 국내서 호응을 받은 건 유의미하다. 제작비는 이전보다 덜 들었다”며 웃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