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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칼럼]전교조, 인간화 교육 실현의 구심점 되길

입력 | 2020-09-17 03:00:00


이종승 기자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합법적 노조 지위를 회복했다. 이에 대해 사회적 분위기는 두 갈래로 나뉜다. 교육현장에 전교조의 과도한 정치적 요구가 반영돼 좌편향 교육이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와 전교조가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 교육이 실현되도록 영향력을 발휘해달라는 바람이다.

전교조는 1989년 출범하면서 민족, 민주, 인간화가 중심이 된 참교육 구현을 내세웠다. 31년이 흐른 지금, 전교조가 목표로 했던 민족, 민주 가치는 어느 정도 실현됐다. 남은 것은 인간화다. 인간화는 사람의 역량을 키워주는 것으로 시대를 막론하고 교육의 본령이다.

4차 산업혁명과 플랫폼 경제의 일반화는 인간화를 더 주목하게 한다. ‘인간다움’을 가진 사람만이 인공지능(AI)의 지배를 받지 않고 AI와 협업할 수 있다. 인간다움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능력으로 소통, 배려, 창의성 등을 망라한다. 그래야 기존의 플랫폼에 더 들어가기 쉽고,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바탕이 된다.

‘인간다움’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좋은 예가 바로 세계적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다. BTS의 성공 뒤에는 꿈과 끼를 발현시켜주는 교육이 있었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서울대 미학과가 아닌 서울대 법학과에 진학했다면 오늘의 BTS는 없었을지 모른다. 방 대표의 어머니는 아들의 꿈과 끼, 적성을 존중하고 응원했다. 2018년 BTS는 유엔에서 “다른 사람의 눈으로 자신을 보지 말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라”고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말했다.

나만의 목소리를 내려면 우선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꿈을 소중히 여기는 교육이 실현될 때 아이들은 비로소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나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경쟁을 수반하는 진학 위주의 교육은 오히려 나를 찾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대학 졸업자 전공 매칭률 최저, 청소년 행복도 최저 등 이를 뒷받침할 통계는 차고 넘친다. 진학 위주 교육은 교육 참여자 모두에게 부담이다. 늘어나는 사교육비만 봐도 그렇다. 2019년 사교육비 총액은 21조 원으로 전년 대비 1조5000억 원 늘었다.(통계청 자료)

전교조가 뼈아프게 생각해야 할 점은 교육의 본령에 가까운 인간화에 소홀했다는 점이다. 전교조가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인간화를 위한 교육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교조는 현 집행부가 들어선 지난해 인간화를 ‘삶을 위한 가치’로 이해하고 여기에 필요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데 내부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가치중립적인 의제인 교육이 더 이상 진영 논리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합법적 지위를 되찾은 전교조는 이제 아이들이 시대 흐름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