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환 교수의 新국부론]<3>
7개월 앞으로 다가온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차기 시장의 과제 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을 묻는 질문에 ‘일자리 창출 등 부산경제 혁신’이 60.8%로 압도적 1위(국제신문 8월 31일자)에 올랐다. 당연한 결과다. 코로나19는 청년층에 특히 가혹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20대 취업자는 전년보다 13만4000명 감소했다. 고용률은 55.7%.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5월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청년 4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 상태다. 한국의 산업과 경제를 이끌어 왔던 제조업의 중심지인 동남권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이 지역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한국판 러스트 벨트’로 변해가고 있다.
미국 러스트 벨트, 부활의 중심에 지역 대학
참담했던 피츠버그, 시장의 리더십으로 첨단기술도시로 재생
톰 머피 전 피츠버그 시장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도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기업 유치가 아닌 젊은 세대가 사랑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집중하면 쇠락한 도시도 부활할 수 있다.” 머피는 1994∼2005년 3차례 시장을 역임하면서 오염되고 쇠락한 피츠버그를 첨단 정보기술(IT) 도시이자 미국 내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부활시킨 도시재생 전문가다. 그는 청년이 돌아오고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시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카네기멜런 등 지역대학들과 손잡고 연구개발(R&D) 투자와 함께 학생이 부담 없이 창업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했다.
머피 전 시장은 “시장이 됐을 때 피츠버그는 참담했다. 스타트업 육성에 힘을 쏟았더니 많은 일자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오면서 지역 상권도 발달하는 등 도시에 활기가 퍼졌다”고 말했다. 젊은이와 대학의 가치 창출이 도시재생의 핵심임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판 동남권 러스트 벨트’, 지역 대학을 살리고 젊은이를 불러들여라
동남권에는 괜찮은 대학들이 있다. 거점국립대인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는 이 지역 세계 1등 기업들에 우수한 인재들을 공급해 왔다. 포스텍은 세계 대학 평가에서 한때 서울대를 제친 적이 있다. 2007년 설립된 UNIST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2020 THE 세계대학랭킹에서 3년 연속 피인용도 국내 1위, 세계 7위를 차지했다. 논문 인용횟수 기준 노벨상 수상자 후보로 UNIST의 교수 3명이 포함됐다. UNIST는 가장 성공한 정부 창업 프로젝트다. 이 밖에 울산대, 영남대, 동아대, 한국해양대, 창원대, 경남대 등 전통 우수 대학들이 있다.
7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경기 침체와 일자리 감소 위기상황에서 ‘대한민국 새로운 100년 설계’를 담은 한국판 뉴딜정책을 발표했다. 튼튼한 고용 안전망과 사람에 대한 투자를 기반으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두 개의 축을 담았다. 2025년까지 총 160조 원(국비 114조1000억 원)을 투입해 총 190만1000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목표다. 교육 투자는 초중고 디지털 기반 교육인프라 조성과 전국대학·직업훈련기관 온라인 교육 강화 비용 1조3000억 원(국비 8000억 원)으로 전체 비용의 0.8%에 불과하다.
이러한 투자는 미래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있다. 피츠버그는 물론 한때 번성했던 도시 스웨덴의 말뫼, 스페인의 빌바오, 미국의 사우스밴드 등은 모두 대학의 역량 강화를 통한 창업 위주 도시재생으로 부활했다. 이들 도시는 ‘실리콘밸리’와 다르게 갔다. 세계 1등 기업의 축적된 자산이 몰려있는 동남권이 ‘러스트 벨트’ 가 되느냐, ‘부활’로 나아가느냐의 선택은 지도자의 안목에 달렸다. 대변동의 시대에는 새로운 지도자가 역사를 만들어 갔다.
전호환 전 부산대 총장, 동남권발전협의회 상임위원장